한나라당 이회창(이회창) 총재는 13일 “북·미(북·미) 관계 개선은 한반도에 도움이 되지만 과거의 ‘통미봉남(통미봉남)’식 정책으로 회귀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초청 오찬 연설회에서 국내 정치, 경제, 남북관계 등에 대해 연설한 후 질문을 받고 그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국내정치 상황과 관련, “우리 대통령은 여당이 국회에서 확실한 다수를 차지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며 “성숙한 지도자라면 야당에 비전과 정책을 설득시키고 국가적 이슈에 대해서는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단기적 성과에 집착했던 ‘DJ노믹스’의 ‘아마추어리즘’이 결국 구조조정을 그르쳤다”며 “내년부터 경기가 하강해 저성장과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구조조정은 제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들은 ‘독재자’였다는 말을 듣는데, 만약 (이 총재가) 대통령이 된다면 독재자가 되겠는가, 아니면 ‘물태우’(노태우·로태우 전 대통령을 지칭)가 되겠는가?

“‘독재자’도 싫고 ‘물태우’도 싫다. 권위주의에 대응하는 민주적인 대통령, 포퓰리즘(populism)과 과시주의에 대응하는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본다. ”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있는데.

“북한이 변하지 않고 계속 폐쇄된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지원의 과일만 따먹으려 한다면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대북 정책도 대북 지원에 상응하는 개방과 군사적 신뢰, 평화 구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

―통일의 형식에 대한 논의가 많다.

“지난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 연방제에 공통점이 있다고 합의했는데,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높은 단계의 연방제로 가기 위한 전 단계이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온전히 보장하기 어려운 국체가 될 것이다. 공통점이 있다고 합의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며, 대통령이 또 ‘북한이 높은 단계의 연방제를 포기했다’고 말한 것도 잘못된 것이다. ”

/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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