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인 조명록 인민군 차수는 지난 10일의 백악관 방문에서 문서가 아닌 구두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일의 친서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초청 얘기가 없었다”면서 “초청은 구두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조 특사는 이번 백악관 회담에서 북한에서 1인자인 김정일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설명하고 모든 미·북 현안은 남·북한 정상회담처럼 김정일과 클린턴의 담판이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미·북간 정상회담의 성사 배경을 설명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북 계획 발표로 북한 조 특사 방미의 주된 임무는 클린턴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조 특사는 클린턴 대통령과 회동 후 “내 임무는 끝났다”고 말하고 다른 실무협상에는 대부분 불참, 10일의 백악관 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문제가 사실상 타결됐음을 시사했다.

외교소식통들은 또 미 정부가 발표한 ‘미·북 공동성명’에 북한의 발표문과는 달리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방문(Possible visit)’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 “중동평화 협상 등 물리적인 변화에 대비하고 북한에 대해 성의있는 자세를 촉구한 표현으로서 다른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11일 오전 11시부터 국무부에서 미·북간 공동성명을 발표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은 기자회견 내내 평양 방문에 대해 다소 흥분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공동 성명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고 ‘미 합중국 대통령’이라고 표현된 것과 관련, “나는 차기 대통령을 대신해 언질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또 기자들에게 “평양에 같이 가자”고 말하기도 했다.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은 북한이 새벽 4시(미국시각)에 미국보다 먼저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우리는 서로가 자유로이 코뮈니케를 발표하기로 양해했으며, 솔직히 말해 (북한측 발표 시각인) 새벽 4시에 여러분을 깨울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고 “아주 마음 편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동성명에 대해 미국내 싱크탱크들의 반응은 비판적인 견해가 많았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는 “공동 성명은 90%가 의례적이고 상징적이며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외에는 구체적인 안이 전혀 없고 말 뿐이다”고 말했고, 로버트 매닝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공동 성명은 상투적인 약속만 늘어놓고 구체적인 알맹이가 없는 공허한 내용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북한 대표단의 미국 체재비용은 미국정부가 일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지난번 윌리엄 페리 조정관의 방북시 8명의 미 대표단에 대해 북한이 비용을 부담한 데 대한 상호주의로 이번에 북한 대표단 12명 중 8명에 대해 비용을 부담했다. /워싱턴=강효상특파원 hs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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