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초연(초연) 27년 만에 지난해 서울무대에 처음 오른 윤이상 오페라 ‘심청’이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00’ 프로그램의 하나로 13·17·21일(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내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앞 못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 공양미 300석과 목숨을 바꾸는 효녀 심청 이야기를 윤이상이 오페라로 만들어 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때 세계 초연, ‘윤이상과 한국에 올림픽 트로피를 안긴 걸작’이란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공연과 달리 이번 ‘심청’은 윤이상 원작에 한결 충실해진 게 특징. 우리말로 공연했던 지난해와 달리 원작대로 독일어로 공연하고 한국어 자막을 낸다. 윤이상 음악에 정통한 지휘자 프란시스 트라비스도 눈여겨볼 대목. 그는 윤이상의 오랜 친구로 윤이상 음악을 다수 초연했고,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을 지휘해 ‘광주여 영원히’ 등 윤이상 작품을 녹음했다. 심청 역에는 지난해 능숙한 고음처리와 강한 음색이 돋보인 박미자가 이하영과 함께 더블 캐스팅됐다. 심봉사 역에는 탄탄한 발성과 연기가 일품인 김동섭, 뺑덕어멈 역에 김선정, 심청모 역에 이경은 등.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관현악을 맡고 국립합창단이 협연한다.

연출자 문호근(예술의전당 음악감독)은 “지난해 이 오페라를 소개하는 측면이 컸다면 올해 공연은 한국 오페라계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무대”라고 했다. 오페라 ‘심청’은 심청설화의 서사구조를 음악극으로 풀어가면서 효(효)·윤회·도(도) 같은 한국사상을 그리스비극처럼 오페라와 일정한 거리를 둔 합창을 통해 부연하는 구조다. 문씨는 “아셈 기념공연인 만큼 천상·지상·지하 세계를 환상적으로 드러내는 시각적 무대장치를 십분 활용, 푸짐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비한 음악과 감동적 드라마로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독특한 한국적 색채를 소화할 수 없어 재현되지 못한 걸작 오페라를 한국 특산 레퍼토리로 다듬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02)580-1300 /김용운기자 proart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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