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밤 8시20분쯤 국무부 8층 벤 프랭클린 룸 만찬장. 매들린 올브라이트 장관과 조명록(조명록) 북한 특사가 나란히 입장하자 박수가 터졌다. ‘국빈만찬’에 버금가는 규모로 초청된 180여명의 손님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미국의 정·관·군·학계 등에서 내로라하는 한반도 관련 명망가들이다. 아직도 ‘적성국가’인 북한의 군인을 주인공으로 맞았기 때문일까. 몇몇 인사들의 표정에선 언뜻 감개무량함이 스쳐지나갔다. 조 특사는 이날 아침, 바로 아래층에서 양복을 인민군 군복으로 갈아입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올브라이트 장관도, 조 특사도 “이제는 미국과 북한이 해묵은 ‘적성(적성)’을 버려야 할 때”라는 취지로 연설하는 중간중간 웃음과 박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손님들을 꼼꼼히 챙겨보면 상하의원 8명 중 막스 바우쿠스 상원의원, 토니 홀 하원의원 등 7명이 민주당이고, 공화당은 크레이그 토머스 상원의원 1명뿐이었다. 국무부는 공화당 인사들에게 두루 연락했지만 나머지는 모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화당의 벤자민 길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짤막한 성명을 내는 것으로 참석을 대신했다.

그는 “6년간의 포용정책과 10억달러에 이르는 대북지원 끝에 이뤄진 이번 고위급 회담이 한반도 긴장완화를 향한 진정한 발전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인권 진전, 식량부족을 개선할 수 있는 경제개혁 이행, 미사일 확산 제한 등 조 특사가 들으면 얼굴을 찡그릴 항목들을 ‘진정한 발전’의 조건으로 꼽았다.

정파(정파)로만 따지면 ‘반쪽짜리’나 다름없는 조 특사 만찬현장은 아직도 미국과 북한의 거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주용중 워싱턴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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