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 오전 11시. 중국 단둥(丹東)의 압록강변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중국 최대 명절의 하나인 국경절(國慶節)로부터 1주일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강변 부두에 보트를 매단 유람선 회사들은 “조선 땅을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다”며 호객에 여념이 없었다. 6~7명이 앉는 모터보트는 하얀 물거품을 내뿜으며 북한쪽 강변까지 내달린다. 북한 우표와 돈을 파는 장사꾼들도 대목을 만나 한껏 목청을 높인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단둥개발구에는 고층건물들이 줄지어 서있고, 건물마다 중조(中朝)무역과 관련된 간판들이 내걸려 있다. 우뚝 솟은 4성(星)급 호텔 ‘중리엔(中聯)대주점’은 압록강을 바로 내려다보며 위용을 자랑하고, ‘송도원’ ‘평양식당’ 등 한글 간판의 식당들은 맛있는 음식 냄새로 손님을 유혹한다.

이와 달리, 강 건너편 신의주는 적막에 잠겨있었다. 위화도 건너편 공장지대에선 연기를 내뿜는 굴뚝을 찾기 힘들다. 배를 타고 접근하면 바로 눈앞에 들어오는 호텔 겸 식당에도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중조우의(中朝友宜)철교’가 끝나는 지점에는 둥근 위락시설이 눈에 띄지만, 옆에 서있던 한 중국인은 “운영 안한 지 오래돼 녹이 슬어 있다”고 말했다.

저녁 8시, 압록강 양편의 모습은 더욱 대조적이었다. 단둥쪽은 광고 간판과 가로등으로 불야성인 반면, 신의주는 짙은 어둠에 싸여 있다. 인구 30여만명의 국경도시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는 듯했다.

지금 압록강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 쪽 기슭은 발전과 풍요가 넘실대고, 다른 쪽은 굶주림의 고통 속에 잠겨 있다.
역사의 시계가 멈춰버린 듯한 북한쪽 신의주 땅에 과연 변화는 시작된 것일까. 이날 낮 선양(瀋陽)에서 날아온 것은 외국인 자유 입국이 몇달 뒤에나 가능하리란 소식이었다.
/丹東=池海範·국제부차장대우 hbjee@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