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열리는 미·북 고위급 회담의 구체적인 성과는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와 북한에 대한 테러지정국 해제 등 두 가지가 될 전망이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두 나라는 국교 정상화에 노력한다’는 대원칙에는 합의하겠지만 수교에 이르지는 못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아무리 김정일(김정일)의 대리인이 오더라도 주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워싱턴과 평양의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는 이미 지난 94년 미·북 제네바 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이다. 또 워싱턴의 연락사무소 설치는 북측이 그 상징성을 고려, 오히려 먼저 제안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북한은 그러나 이후 완전한 외교관 면책특권을 누리는 미국 외교관의 평양 입성에 부담을 느꼈는지, 당시의 합의를 지금까지 지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양측이 정치적인 결단만 내리면 즉시 구체적인 합의와 실천에 이를 수 있는 사안이어서 타결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되는 또 다른 성과는 북한의 테러지정국 해제이다. 당장 이번 워싱턴 회담에서 발표되기는 어렵겠지만, 한·미는 북한의 조명록 특사가 북한으로 돌아가 성의있는 조치를 실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된 최대 쟁점은 북한이 보호 중인 적군파 테러범들을 어디로 어떻게 추방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북한의 반테러 국제조약 가입문제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며, 북한은 이미 지난 2일의 뉴욕회담에서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도호 납치사건의 당사자인 일본은 적군파 문제에 가장 강경한 입장이다. 일본으로 추방시켜 법정에 세워 처벌하자는 것이다. 이는 북한 체제의 성격상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사항이다.

그러나 경제난에 봉착해있는 북한으로선 테러지원국의 해제가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제기구와 금융기관들의 현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테러지원국이란 오명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명록 특사가 오는 10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예방, ‘성의있는 조치’의 의지를 나타낼 경우 빌 클린턴 대통령이 테러지원국 제외 절차 개시에 대한 언질을 주는 ‘대타협’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전망이다.

관측통들은 또 핵·미사일 등 군사문제에 대해선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는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으로선 미사일 개발문제가 체제의 생명줄과 같은 사안이므로 좀체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또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겠지만 이는 남북간의 문제라는 것이 미국의 확고한 입장이다. /워싱턴=강효상기자 hs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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