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고위급 회담의 파트너가 될 조명록(조명록)은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이고,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외국 대표를 상대하는 국무장관이다. 외교 의전으로만 따지면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조명록은 북한 인민군 차수이고, 올브라이트는 민간인이다. 북한이 굳이 현역 군인을 특사로 임명한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북한이 더이상 테러리스트국이 아니라는 상징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 소식통은 “북한 군의 최고위급 인사가 회담의 주역으로 나설 경우, 북한의 호전적 이미지는 상당히 감퇴된다”며 “조명록이 군복을 입고 회담장에 들어선다면, 극적인 효과는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군사문제는 미국과 직접 거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남한에 비해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낸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의 정전협정 체결 등을 이슈로 내세울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올브라이트 장관이 조명록을 철저히 특사로 대우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설혹 조명록이 미 국방부나 군 고위인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더라도 의전적인 행사를 크게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또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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