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강철환씨가 북한 강제수용소의 실상을 고발한 책 ‘평양의 수족관’(Les Aquariums de Pyongyang)을 프랑스의 로베르 라퐁 출판사에서 냈다. 유럽에서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을 이끌고 있는 피에르 리굴로 ‘사회사 평론’ 편집장과 공동으로 만든 것. 북한 수용소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 유럽에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베르 라퐁은 지난 97년 전세계 공산주의 국가의 범죄를 다룬 유럽 지식인들의 공저 ‘공산주의 흑서’를 출간, 미국 하버드대 출판부가 영역본을 낼 정도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강씨는 9살 때 할아버지가 반혁명 분자로 몰려 가족과 함께 함경남도의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 인권 사각 지대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자신이 보고 겪은 참상을 글로 썼고, 리굴로 편집장이 서울에서 그를 대여섯 차례 만나 증언 내용을 다시 다듬었다.

리굴로 편집장은 프랑스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서문을 통해 북한의 인권 참상을 지적하면서 “이 책은 북한을 다루려는 외교관과 정치인, 기업인들에게 그들의 대화 상대가 지구상에서 최후의 스탈린주의 정권이고, 15만~20만명을 강제 수용소에 집어넣은 정권임을 환기시키려고 한다”면서 “북한의 탄압이 전세계적인 인권 옹호의 최대 현안이 되기 위해서는 이 책의 일독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이 책을 통해 강제 수용소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강제 노동과 공개 자아 비판에 동원됐고, 수용자 처형도 지켜봐야 했던 체험을 모두 236쪽의 책 속에 기록했다. 강씨는 지난 92년 남한 라디오방송을 청취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되자 친구와 함께 중국 만주를 거쳐 북한을 탈출했던 과정도 적었다.

/파리=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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