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디지털이 강조되고, 거대 자본이 미디어를 인수하는 시대지만, 우리(신문)는 무기력한 상태가 아닙니다. ‘정통성’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평판’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 장 마리 콜롱바니(52) 르 몽드지 사장은 “신문이 언젠가 인터넷 기업들에 깔려버릴 것이란 분위기가 있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과거 여러 혁명들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진화를 거듭해왔으며, 라디오의 등장으로 위협에 처할 것 같았고, 이후 다른 매스 미디어들도 등장했지만, 그래도 신문은 진화해왔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오늘날 전세계의 종이 신문들은 전통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인터넷에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권 최고 신문인 르 몽드의 21세기 전략은 어떤 것입니까.

“종이 신문의 미래와 전략도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분명히 인터넷 선상에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할까에 대한 대답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르 몽드)는 작은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대형 자본과 초대형 기업들과 비교하면 우리의 투자 역량은 미미합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르 몽드 사설은 큰 영향력을 지녔습니다. 다른 정보 매체들이 가장 탐내는 부분입니다. 대형 자본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하려 들겠지만, 정통성은 그렇게 얻을 수 없습니다. ”

―그렇지만 종이신문에도 변화의 물결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데요.

“전통적 종이 신문을 위한 편집과 인터넷을 통한 컴퓨터 화면상의 편집, 두 종류가 요청되는 시대입니다. 저는 컴퓨터가 종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세대에 속합니다. 아직도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손으로 만지는 오브제가 필요한 때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10세쯤 되는 아이들은 화면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먼저 배우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종이보다 먼저 화면으로 정보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시대가 되겠지요.

―르 몽드가 다른 유럽 신문들과 협력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우선 상업적 협조가 있습니다. 르 몽드는 독일에서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 스페인에선 엘 파이스 배급망으로 판매됩니다. 기사 무료 교환도 합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르 몽드 기사를 영어로 싣는 섹션을 내며,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일부를 영어판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다른 신문들도 전유럽 차원 혹은 지역별, 주제별로 공동 섹션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르 몽드는 자매 회사 ‘르 몽드 엥테르악티프’를 통해 인터넷 사이트 (www.lemonde. fr)도 운영하고 있는데, 성과는 어떻습니까.

“르 몽드 사이트는 프랑스 일간지 사이트 독자 중 15.8%를 확보해 선두가 됐습니다. 올해 초부터 매일 10만명이 접속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신문에 앞서 정치 경제 국제 뉴스를 볼 수 있습니다. 서평 섹션은 물론이고 인터넷 서점에 책과 음반을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리얼 타임 토론에 참여하고 웹 TV 방송도 즐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 르 몽드가 신문 르 몽드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

―인터넷 시대는 영어가 국제어인 시대를 열었습니다. 영어의 정보지배 현상을 어떻게 보고, 비영어권 신문의 활로는 무엇이라 보는지요.

“인터넷에서 영어가 가장 지배적 언어라고 하지만, 정작 미국에선 영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스페인어가 제2의 언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신문들, 특히 ‘엘 파이스’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어권도 작은 세계가 아닙니다. 언어는 사유 방식과 정보의 원천입니다. 유럽 언론은 유럽 언어를 통해 앵글로 색슨 언론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

―르 몽드는 항상 인권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왔습니다. 북한 탈출 난민 문제와 북한의 강제 수용소 존재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89년 이후 유럽에서 냉전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새로운 정치 상황에 진입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인권이라든지 국제 사법재판소, 국제법, 각 국가의 민주주의 가치 등등이 부각됐습니다. 국제법 차원에서 보면 북한은 철저한 독재 치하에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열악한 경제적 조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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