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이 1968년 울진ㆍ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나어린 초등학생 이승복군이 무참히 살해당하면서 외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가 ‘조작’이라면서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한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에게 징역6월을, 그리고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에게 징역10월을 선고했다.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 판결은 무엇보다도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현정권 4년여 동안 휩쓸었던 ‘현대사 비틀기’에 대한 재교정(再矯正)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에 이 판결의 또 다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1998년 정부수립 50주년 때 서울과 부산에서 ‘오보(誤報) 전시회’라는 희한한 행사를 기획, 추진한 장본인이다. 이 전시회 등으로 인해 역사를 모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무장공비에게 처참하게 학살당한 소년이 “콩사탕이 싫어요”라고 했다가 죽었다는 식의 반(反)인륜적 조크까지 생겨났다.

그뿐 아니다. 당시 전시회는 1986년 ‘평화의 댐’에 관한 조선일보 등의 보도도 ‘냉전 이데올로기 강화와 용공조작’의 대표적 사례로 전시했다. 그러나 햇볕정책을 펴는 현정권 하에서 지난 5월 ‘금강산댐’의 가공할 위험성은 공식화됐고 당연히 ‘평화의 댐’의 효용성도 확인됐다. 오히려 ‘평화의 댐’ 건설은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 평가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그들의 ‘오보’ 주장이 오히려 오도(誤導)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나 그쪽의 해명이나 사과는 일체 없다. 좌파적 사관(史觀)으로 무장한 각종 단체들의 ‘대한민국 역사 흔들기’는 지금도 극성이다. 사실왜곡까지 서슴지 않다가 ‘실형’ 선고를 받은 이번 사례는 빙산(氷山)의 일각일 뿐이다.

재판부가 밝힌 ‘피고인들의 행위결과와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이라는 판결이유와 관련해 우리는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풍조 전반을 재점검하는 각성의 화두를 던져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일부 풍조로 인해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한 무근거하고도 부당한 ‘내리깎기’가 무책임하게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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