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심권호와 북한 강영균의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4kg급 준결승이 벌어진 시드니 달링하버의 전시관. 심권호·김인섭·손상필 등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던 이상철 단장 등 본부 임원들은 북한 선수와의 경기 때문인지 다소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또 약 50여명의 한국 응원단들도 막상 ‘남북대결’이 시작되자 태극기 흔들기를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대신 관중석 곳곳에서 한반도기가 눈에 띄었다. 응원단은 “잘한다 심권호, 잘한다 강영균”으로 두 선수를 한꺼번에 응원했다.

경기는 심권호의 일방적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북한 코칭스태프는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인사를 하러 온 심권호를 웃으며 맞았다. 대기실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강영균은 왼손으로 오른쪽 옆구리를 감싸 안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전날 예선 2차전에서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강은 8강전에서도 중국의 왕후이를 10―5로 여유 있게 물리치고는 “아프지 않으냐?”는 질문에 “일 없시요”라며 밝게 대답했었다. 심권호는 경기 후 “방콕 때보다 강영균의 힘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쉽게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고석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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