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포용정책’을 언급한 남한 당국자를 처음으로 강하게 비난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양방송은 24일 ‘논평’을 통해, 이정빈(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9일 유엔총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의 결과’라는 요지로 연설한 데 대해 “흑백을 전도하는 망발이며, 언어도단”이라고 비난했다. 논평의 요지는 “북남 공동선언은 북남 수뇌분들의 결단과 의지, 7000만 민족의 통일염원과 지향이 가져온 결실이지, 어찌 포용정책의 결과냐”는 것. 논평은 포용정책을 “햇볕정책의 변종(변종)으로서, 외세에 의존해 동족인 대화 상대방을 어째 보겠다는 것”이며 “이미 풍지박살(풍비박산)난 것”이라고 규정, 비난했다.

논평은 또 “공동선언 이후 남조선의 일부 보수 세력이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있으나 당국자가 유엔에 나가 공공연히 떠든 적은 없었다”며 “남조선 당국은 공동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있다면 ‘포용정책’ 소리를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더 이상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논평은 “대결을 추구하는 길로 계속 나간다면 좋게 발전하는 북남관계에 커다란 후과(후과·좋지 않은 결과의 의미)를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고유환(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포용정책을 흡수통일 전략으로 보고 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흡수통일의 계기로 삼지 말라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고위층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측은 정상회담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으로 보는데, ‘대북 포용정책의 결과’라니 발끈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김대중(김대중) 대통령도 이런 말을 해 왔는데,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선 북측이 우리 당국자들의 발언을 조심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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