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양측은 25일 열린 제1차 남북경협 실무접촉 회의에서 양측의 투자보장 합의서와 이중과세 방지합의서 안(안)을 놓고 조항별로 축조(축조)심의를 벌였다.

남한측은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4개 합의서에 대한 안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하며 제도적 장치 마련에 적극성을 보인 반면, 북한측은 2개 부문만 우선 집중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측이 제시한 2개 안은 우리 측이 당초 내놓은 안과 상당부분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어 양측 간에는 상당부분 의견접근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보장과 이중과세 방지 문제는, 다른 2개 부문(상사분쟁해결·청산결제)과 비교해 경협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합영법·외국인투자법 같은 외국인의 북한 내 투자관련 법령을 갖고 있지만, 이 법이 남한 투자자에게 적용되는지가 불분명해 명시적인 투자보장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중과세 방지제도는 상대방 지역에서 기업활동으로 얻은 소득에 대해 소득 종류별로 해당지역에서 내야 할 세금을 정해 중복(중복)과세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투자기업의 세금 부담이 낮아져 경협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양측이 1차 실무접촉에서 합의서 안에 완전타결해 서명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근경 수석대표(재경부 차관보)는 이와 관련, “양측이 합의서를 마련하려면 상대편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조문의 표현과 내용에까지 합의해야 한다”며 “이번 실무회담에서 4가지 중 어느 하나도 완전히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회담의 관심은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어느 정도 논의될지에 쏠리고 있다. 북한은 최근 김용순 대남비서의 방문 등을 통해 ‘이른 시일 내’ 식량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우리 측은 그러나 최근 경제불안 상황에서 조건없는 식량지원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한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경협 관련 제도적 장치 마련 협상을 대북 식량지원의 시기와 규모 등과 연계해 논의할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한편, 북한 대표단은 회담 후 경기도 이천에 있는 현대전자를 방문하고 양영식(양영식) 통일부 차관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실무접촉이 열린 남북회담 사무국은, 남북 조절위원회가 지난 73년 당시 중앙정보부 부지에 지은 건물로, 남·북한 당국자간 대화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송의달기자 ed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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