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환대해줘 고맙습니다. ”

24일 오후 6시30분쯤 제주공항 공군 CN-235 특별기 앞.

트랩을 내려온 김일철(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차수)이 트랩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성태(조성태) 국방장관과 미소를 띠며 굳은 악수를 나눴다. 분단 이후 남·북한 군 수뇌가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었다.

조 장관이 어깨에 ‘왕별’ 계급장을 단 김 부장에게 우리 측 대표단을 소개하며 일일이 악수를 건넨 뒤 김 부장이 조 장관에게 북측 일행을 소개하는 순간 5, 6명의 북측 인사가 조 장관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공항 귀빈실에서 양 측 대표단 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약 5분 동안 환담이 이뤄졌다. 조 장관은 “이곳 제주도는 분단된 지 50년 만에 남북 최고 군사당국자 만남이 이뤄져 굉장히 들뜬 분위기”라고 말했고, 김 부장은 “남북 수뇌부의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을 관철하도록 양쪽 군이 앞장서서 힘을 합칩시다”라고 화답했다.

환담을 마친 뒤 조 장관과 김 부장은 관례를 깨고 체어맨 승용차에 동승,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 숙소 겸 회담장인 제주도 서귀포 중문단지 내 호텔 롯데로 향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이뤄진 것과 같은 파격적인 ‘승용차 밀담(밀담)’이 75분간이나 이어졌다.

두 사람은 시드니올림픽에서의 남북 공동 입장 및 응원을 화제로 올려 “감동적이었다”는 데 공감한 뒤 제주도의 특징, 남한 시민들의 삶, 조 장관의 주변 4강 군사외교 등에 관한 얘기로 대화를 이어갔다.

또 남북 정상이 합의한 6·15 남북 공동선언 정신을 군사적으로 협력해 확실하게 뒷받침하되 커다란 회담성과보다는 실천이 가능한 작고 쉬운 문제부터 합의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녁 7시50분쯤 호텔에 도착한 남북 양 측 일행은 8시40분쯤부터 크리스털 볼룸에서 1시간50여분 동안 비공식 만찬행사를 가진 뒤 호텔 야외에서 ‘화산 폭포쇼’를 관람했다.

조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며 “회담 성과에 대해 섣불리 뭐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후 3시 김 부장 일행은 판문점 중립국감독위 회의실을 통해 남측 지역으로 넘어와 김희상(김희상) 국방장관 특별보좌관(육군중장)과 김경덕(김경덕)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준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제주=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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