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대북정책과 관련, ‘안보와 협력의 병행’을 강조해 왔다.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서 햇볕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전개되는 남북관계의 흐름은 이미 정부의 안보정책이 마치 북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은 이미 해소되었다는 상황 인식에 기초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북은 이제 ‘협력’의 대상이지 더 이상 ‘안보’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인식은 한·미 연합사령부의 상황인식과는 큰 괴리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한 한·미 연합사의 평가는 우리의 ‘안보’에 대한 북으로부터의 ‘위협’이 감소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의 군사태세가 ‘능력’과 ‘의도’면에서 우리의 ‘안보’에 대하여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것이 한·미 연합사의 평가이다.

한·미 연합사 정보참모부(J2)의 최근 평가에 의하면, 북한군은 현역군 120만명 규모로 세계 5위이며, 병력 100만명의 육군은 규모면에서 세계 3위이다.

육군은 1만2000여 문의 각종 포와 4000여 대의 탱크, 2500여 대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다. 800여 대의 제트전투기와 폭격기 및 수송기, 320여대의 헬리콥터, 1만1000문의 각종 대공화기와 50여 개의 SAM 대공유도탄 기지로 구성된 방공전력, 800여 척의 각종 함정을 보유한 해군, 그리고 병력 10만명 규모의 세계 최대 비정규전 병력을 가지고 있다. 500발 이상의 SCUD와 ‘노동’(사정 1300km) 및 ‘대포동 1호’(사정 2000km)를 실전 배치했으며, ‘대포동 2호’(사정 5000km)를 개발 중이다.

특히 북한 육군이 보유한 500여 문의 장(장)사정 포들은 대부분 ‘이동 없이 시간당 50만발 이상의 포탄을 서울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위치’에 전진 배치되어 있다.

지금 북의 육군은 병력의 7할에 해당하는 70만명이 8000문의 각종 포 및 2000대의 탱크와 함께 ‘평양과 원산을 연결하는 선 남쪽, 즉 휴전선으로부터 100마일 이내’에 전진 배치되어 대부분 ‘4000 개 이상의 요새화된 지하시설’에 포진하고 있다. 그들은 특별한 추가적 사전준비 없이도 휴전선 남쪽을 공격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미 연합사는 “98년에 실시한 하계 기동 군사훈련과 1999~2000년에 걸쳐 실시한 동계 기동 군사훈련은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대규모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여전히 현실적일 뿐 아니라 오히려 전에 비해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한·미 연합사는 집약하고 있다.

이러한 한·미 연합사의 평가는 공개된 브리핑 자료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럼에도 정부나 국방부의 어느 누구도 이 같은 냉엄한 안보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지 않다.

제주도에서 열리는 남·북 국방장관 회담의 의제는 아마도 남·북간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해 비무장지대의 철도·도로 통과지역 주변의 지뢰를 제거하는 문제에 한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항간에서는 이번에 남·북 간에 개설되는 철도와 도로가 북한의 ‘남침회랑’이 될 염려는 없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방부는 한·미 연합사의 한반도 안보상황 평가에 대한 국방부의 생각과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동복/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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