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마치고 내려온 북한의 배길수(29)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애써 미소지었다. 점수판에 9.762가 새겨지면서 5위로 메달이 좌절됐다.
그의 고개가 잠시 숙여진 것도 그 때였다. 그럴만했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배길수는 지난 98방콕아시안게임에서 안마에서 다시 1위를 한 직후 “국제대회는 이제 그만 뛰겠다”고 했다. 사실상의 은퇴로 ‘체력의 한계’가 이유였다. 그런 그가 지난 1월 나라의 부름을 받고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노장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연습 때 한국의 이주형에게 “금메달이 아니면 무엇하러 여기에 왔겠느냐”고 말했던 그였지만 초반 시원스런 연기는 둔해졌고 과거의 물흐르는 듯 자연스러웠던 동작도 가끔 삐끗하는 듯 했다.
경기 후 배길수는 “마지막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했다.
/시드니=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