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인류의 미래다. 그 바다가 바뀌고 있다.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유해성 적조발생 해역이 확산되며, 물고기 서식처인 해조류가 녹아 없어지는 갯녹음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년 여름철이면 바다 밑바닥에 아예 산소가 없어져 생물이 살 지 못하는 곳으로 변하는 해역도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바다의 변화 양상을 몇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편집자

◇바닷물이 더워진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 동·서·남해안의 수온도 상당히 상승했다. 국립수산진흥원이 지난 68년부터 매년 6차례 측정한 국내 근해 175개 지점의 표면 수층 평균 온도 변동 추이를 보면 지난 30년 동안 동해는 0.62℃, 남해는 0.61℃, 서해는 0.88℃ 높아졌다. 예컨대, 지난 77년 동해 16.11℃·서해 14.35℃·남해 17.86℃였으나, 99년에는 동해 16.59℃·서해 15.21℃·남해 18.33℃로 상승했다. 0.47~ 0.86℃ 오른 것이다.

비록 1℃도 채 안되는 변화지만 바다 생물들이 온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진행중이다. 수진원 백철인(백철인) 연근해자원과장은 “어류들은 0.5℃ 가량의 수온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 서식 어류 종류가 바뀌고 개체수가 변화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류들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도 달라지고 있다. 수진원 조사에 따르면 65~98년 한국 근해의 동물성 플랑크톤 평균량은 바닷물 1㎥당 109.3 mg. 90년 이전까지 플랑크톤 평균량이 100 mg을 넘긴 해는 72년과 90년뿐이었으나 92년부터는 해마다 100 mg을 넘고 있으며 97년의 경우 최고 323.7 mg에 이르기도 했다.

이삼근(이삼근) 수진원 해양연구과장은“동물성 플랑크톤의 증가는 그만큼 바다가 생태계 변화에 힘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말했다.

◇해조류가 녹는다

갯녹음은 육지 인근 바다 밑바닥 바위 등에 자라던 미역·다시마 등 해조류들이 녹아 없어지고 석회 성분의 산호류가 과다 번식하면서, 해저가 분홍색 혹은 백색으로 변화하는 현상. 그래서 ‘백화(백화) 현상’이라고도 한다. 해조류가 죽으면 전복·오분자기 등 서식 어패류도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갯녹음은 10여년전만 해도 제주도와 동해안 일부 해역에서만 나타났으나, 요즘은 동해안 전역에서 남해안 통영·거제 일부 해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제주의 경우 전체 연안중 20% 가량이 갯녹음 현상에 시달리고 있고, 강원 삼척·양양, 경북 포항·영덕 연안의 경우 심각한 백화현상으로 양식미역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수진원 민광식(민광식) 양식개발과장은 “갯녹음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나, 수온상승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미국·호주·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최근 해조류 어초를 연안에 투입, 해조류를 번성케 하는 데 각국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닷물이 붉어진다

적조(적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70년대에는 해롭지 않은 규조류 적조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낮은 밀도(㎖당 5000개체 이하)로 1주일 정도 발생했으나, 90년대 들어서는 코클로디니움 등 새로운 유해성 편모류 적조가 남해안 뿐만아니라 동해안 강원도 강릉까지 고밀도(최대 ㎖당 4만3000개체)로 1~2개월씩 장기간 나타나고 있다.

90년대 이후에는 일상적인 적조 발생 해역이 남해안과 동해안 경북 포항까지 확대됐다. 특히, 95년의 적조는 전남 완도군에서 동해안 강원도 강릉까지 각지 양식장의 어류들을 대규모 집단 폐사시켰다. 또 동해안 포항 이북 강원도까지 적조가 번지기는 사상 처음이었다.

수진원 조용철(조용철) 적조연구과장은“90년대 적조 발생이 느는 것은 수온 상승과 육지의 오염물질 유입증가가 그 원인 ”이라며“그나마 황토살포 등의 퇴치법이 효과를 보고 있고, 냉수대 발생 등으로 인해 최근 2~3년간은 피해가 적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숨쉴 산소가 없다

무산소수괴는 말 그대로 산소가 없는 바닷물 덩어리라는 뜻. 평소보다 산소가 훨씬 적어지는 ‘빈산소수괴’를 거쳐 ‘무산소수괴’가 되면 바다생물은 살수 없다. 이는 매년 6월쯤부터 나타나기 시작, 7~8월에 가장 심하고 8월 하순~9월쯤 소멸되며, 바다 밑바닥 10m 높이까지 형성된다.

무산소수괴가 발생하는 곳은 경남 진해·마산·통영 북만·고성만·자란만·전남 여수 가막만 내측 등. 80년대까지만 해도 진해·마산만 정도까지 였으나 90년대 초반 이후 경남 고성·통영, 전남 여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육지에서 유입돼 바다 바닥에 많이 쌓인 오염물질이 수온상승으로 활발히 분해되면서 산소를 급속히 소모시켜 발생한다.

◇냉수대와 저염분수

6월말에 시작, 소멸과 발생을 반복하다 8월말에 소멸하는 냉수대는 주변 해역보다 표층 수온이 5~10℃ 까지 차이가 난다. 온도에 민감한 양식 어패류가 갑작스럽게 낮은 온도의 바닷물을 만나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에 잘 걸리거나 아예 죽어 버린다. 사람이 갑자기 찬 물에 들어가 심장마비에 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서 또는 남동풍이 지속적으로 불어 바다 수면 위의 물을 걷어 가면서 아래 층에 있던 저온의 북한 한류가 위로 솟아 올라 만드는 것이 냉수대. 종전에는 동해 연안과 부산 기장군 연안 정도에 발생했으나, 올해는 경남 거제 연안까지 뻗쳤다.

저염분수는 대량의 강물이 흘러 들어 주변 해역에 비해 염분 농도가 낮아진 바닷물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가, 양식장 등을 덮쳐 어패류를 폐사시킨다.

96년 8월 양쯔강물이 제주도 서쪽 해역에 저염분수 현상을 일으켜 전복·해삼 등 어패류를 죽여 60억원의 피해를 초래했다.

/박주영기자 park21@chosun.com

연안바다 이상 상황개요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