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신라호텔 안팎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를 화형하는 내용의 전단(삐라)이 살포된 데 이어, 18일에도 서울시내 곳곳에 비슷한 내용의 전단〈사진〉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민심 거역하는 이회창, 한나라당’이라는 구호가 실린 것과 남쪽을 강간·강도가 성행하는 곳으로 묘사한 것 등 3~4종류의 각기 다른 삐라가 이화동 신당동 등 22곳에서 경찰에 의해 수거됐으며, 마포 서대문 한남동 역삼동 등 서울 전역에서 시민들의 삐라 신고가 잇달았다. 주부 황희애(황희애·47·은평구 응암동)씨는 “아침에 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갔더니 ‘김정일 장군님은 통일의 태양’이라 적힌 삐라가 떨어져 있었다”며 “남한을 비방하는 전단을 주웠다는 동네 사람들 얘기를 요즘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김모(43·서대문구 홍은동)씨도 길거리에서 같은 전단을 20여장 주워 파출소에 갖다줬는데, 파출소 앞에도 전단이 뿌려져 있더라고 했다.

이남석(이남석·51·서대문구 연희동)씨도 “17일 오후 3시 장충동 자유센터에서 열린 결혼식 이후 뒷산에 올랐다가 신라호텔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것으로 보이는 전단을 포함, 2종류의 삐라를 주웠다”며 “이런 삐라를 대대적으로 뿌리는 북한의 속셈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2동 파출소 박은성(30) 순경은 “18일 하루에만 삐라 신고 5건을 접수했다”며 “전단 살포 범위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원석기자 ws-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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