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 ARF 표정

북한의 6·29 서해도발과 유감 표명 직후여서인지 제9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브루나이의 시선은 남북한 외무장관에게 쏠리는 분위기였다.

○…백남순(白南淳) 북한 외무상은 30일 밤 11시30분 브루나이항공 BI-430편으로 현지에 도착, 숙소인 엠파이어호텔로 향했다. 그는 내달 2일까지 브루나이에 체류하면서 일본·중국·유럽연합(EU)·호주·태국·브루나이와 양자 외무회담을 갖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최대의 관심은 한국, 미국과의 회담 여부. 최성홍(崔成泓) 외교장관은 30일 “만일 북측과 외무회담을 하게 되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해 회담성사 가능성을 남겨놓은 데 이어, 현지에서는 미·북 외무회담 가능성도 차츰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창국 외무성 국제기구국 군축담당 부국장을 수석대표로 북한 ARF대표단 실무진과 미국 대표단의 일부가 미·북 외무장관보다 하루 앞선 29일 현지에 도착했고, 남북 대표단이 같은 숙소를 이용하고 있어 3자간의 비공개 접촉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 대표단은 31일로 예정된 미국과의 회담준비에 만전을 기하면서 한·미·일 3자 대북정책협의회(TCOG) 수석대표가 브루나이에 자리를 함께 한 상황을 고려, 서해사태 이후 대북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미니 TCOG’도 추진 중이다.

최 장관은 30일, 지난 28∼29일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온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으로부터 방북결과를 설명받는 한편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덴마크와도 회담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ARF가 31일 발표할 의장성명 가운데 한반도 조항이 어떻게 나올지도 관심이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서해사태에 관한 우려 북측의 유감표명 등 대화재개 움직임 유의 북한의 정전협정 준수와 신뢰구축 조치 강조 남북 간 화해·협력 기대 북한의 제네바합의 이행과 미·북, 일·북대화 진전 기대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 반다르 세리 베가완(브루나이)=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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