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大晟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햇볕정책’에 대해 그 시작부터 가장 염려되고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되어졌던 점은 우리 사회 곳곳에 소위 ‘이적성문화(利敵性文化)의 침투 및 확산’ 문제였다. 불행하게도 그러한 염려와 문제점은 오늘날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더욱 걱정스럽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이적성문화란 한마디로 ‘적을 이롭게 하는 속성의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문화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분명히 적(敵)임에도 불구하고 적을 적으로 인식하거나 다루지 못하게 하는 문화 적에 대한 적개심 및 전쟁의지를 약화시키는 문화 적의 도발에 의한 전쟁의 징후들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의 도발의지를 간과 혹은 무시케 하는 문화 적이 추구하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공공연하게, 혹은 위장된 명분 하에 직·간접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 등으로 구분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

이적성문화가 절대로 침투되어서는 안 되는 국방안보 분야에 이적성문화가 상당히 침투되어 있다는 점은 대단히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점이다. 우리의 국방안보 분야에 이적성문화가 침투되고 있다는 징후는 사실상 몇 년 전부터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그 하나의 단적인 예는 분명한 주적(主敵)을 두고 그 주적의 반응이 두려워 주적이라고 표기조차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우리 국방부를 보면서 국방안보 분야에 이적성문화 침투징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서해교전의 참변은 이적성문화가 한국군부에 어느 정도로 해독을 끼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일 국방부가 발표한 서해교전 조사결과 발표내용 중 ‘북의 이상징후를 포착했지만 도발로 이어질 줄 몰랐다’는 내용과 교전 시 해군 초계정들의 임무소홀은 ‘적을 다루는 인식 부족’ 및 ‘적도발징후 간과’라는 이적성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전 당시 해군의 링스(Lynx)헬기나 공군기 등 일격필침할 수 있는 좋은 군사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군령권(軍令權)의 이상작동(異常作動)도 결국 그 근본원인은 ‘적을 진정한 적으로 간주하지 않는 적에 대한 인식 부족’ 및 ‘적에 대한 적개심과 전쟁의지 약화’라는, 역시 이적성문화의 영향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서해교전을 두고 김정일의 직접 지시여부에 대해 논쟁함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하나의 논쟁이다. 서해교전 당시 김정일 아닌 북한 군부의 지시로 발포(發砲)했다는 결론이 나오기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만약 북한 군부가 발포하였다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 김정일은 ‘선(善)의 축’이라고 유도하면서, 우리의 꽃다운 젊은 군인들의 희생에 개의치 않고 김정일을 상대로 한 햇볕정책은 줄기차게 계속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면 이러한 논리도 이적성문화에 크게 영향받은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정상회담실시를 비롯하여 수많은 고위층 인사들이 북한의 실권자들을 접촉하였고 각종 지원들을 하고서도 서해교전과 같은 위기상황을 맞아 그 위기 발생책임에 대해 북한에 뱃심있게 따질 수 있는 실력자 하나 없이 진정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여 전전긍긍하는 햇볕정책 추진자들의 분위기도 결국 이적성문화에 크게 영향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적성문화의 군부침투는 국방안보역량을 치명적으로 훼손케 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국방안보 분야에서만은 이적성문화가 철저히 척결되어야만 한다.

국방안보 분야의 이적성문화 척결을 위하여 정치권, 국방부, 군정보기관, 각 군 지휘관들은 마치 새로운 창군개념으로 대대적인 노력들을 경주하여야만 한다.

그 동안 이적성문화에 젖어 있으면서도 그것이 이적성인지 여부를 구분도 못하고 정치권의 눈치나 보면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근무한 국방안보 책임자들 및 군 지휘관들은 크게 개과천선하여 새로 태어나든가, 아니면 참 국방안보 책임자 및 참된 군인정신을 가진 군인들에게 그 임무들을 넘겨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 대한민국 국군이 참된 군다워질 수 있다.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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