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북한의 서해도발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의도적 공격’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북한을 향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불가사의(不可思議)다.

국방부 조사는 이번 사태의 발발과정과 우리의 대응조치를 면밀히 검토해서 그 책임소재와 경중(輕重)을 가리고 안보상의 취약점을 고쳐 사태재발을 막자는 취지였지만 조사결과는 일반의 상식선에서 제기되는 의문점들마저 해소하지 못하는 미흡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해군당국이 ‘사망자’를 ‘사상자’로 잘못 들었다는 대목은 차라리 코미디다. 특히 북한 경비정이 지방선거 투표일인 지난달 13일에도 북방한계선을 깊숙이 침범해 공격적 태도를 보였음에도 우리 군당국이 이를 ‘단순침범’으로 발표한 데 대해서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번 조사에서 명백히 확인된 것은 북한의 선제공격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이고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유혹을 꺾어놓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방침을 밝혀야 하는데도 그럴 움직임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정부는 그동안 이번 도발에 대한 사죄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북한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누구에게, 어떻게 요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데다, 북한이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어 그것이 북한정권을 향한 것인지, 우리 국민 무마용인지를 모를 정도였다. 유엔사령부 이름으로 장성급 회담을 요구한 것이 고작이었지만 그나마 북한으로부터 “북방한계선부터 철폐하라”는 조소를 받았을 뿐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나고, 또 국방부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정부가 북한에 대해 무작정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이번 일을 유야무야 넘기겠다는 생각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기다리는 것은 북한의 사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기억력 쇠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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