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영남(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 취소 사건’을 둘러싸고 초강수로 나오고 있다. 북한은 5일 즉각 외무성 성명을 내고 미국 측을 비난했다.

외무성 성명은 “국제적인 여행관례에도 벗어나고 국가대표에 대한 초보적 의례 도덕도 무시한 이러한 날강도적인 행위는 주권 국가의 자주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비열하고 교활한 수법’, ‘미국이야말로 세계에서 최대의 불량배 국가요 망나니 국가’, ‘강도적이고 파렴치한 행위’라는 등 외교적 언사의 범위를 넘어선 비난공세를 퍼부었다.

북한은 또 ‘비싼 대가(대가)’ 운운하며 미국 측에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주 유엔 북한 대사인 이형철도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집단에 의해 저질러진 의도된 사건”이라며 미국 정부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북한은 그러나 이후 뚜렷한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반복 보도한 것을 제외하면 보도매체를 통한 대미 공격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북한은 실제 미국 측에 어떻게 대응해나가려 할 것인가.

국내 전문가들은 우선 ‘김영남 방미 취소 사건’의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중요한 변수로 간주되고 있다. 북한이 이런 상황을 종합검토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최근의 남북 화해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미국을 ‘응징’할 수 있는 수단이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며 현재 미·북간에 진행 중인 고위급, 미사일, 테러, 미군 유해 송환 회담 등을 지연시키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거론했다.

유호열(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북한의 격한 반응으로 보아 평소 미국이 핵과 미사일 분야에서 자기들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는 감정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미국에 대해 핵이나 미사일 등 기존 현안외에 새로운 사건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남한 측의 성급한 대북 접근에 제동을 걸기 위한 미국 측의 기술적인 태클이란 분석(한 남북대화 전문가)도 없지 않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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