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7일 발표한 ‘서해교전 조사결과’는 이번 서해사태에서 드러난 우리 군(軍) 대응의 문제점을 ‘실무진의 잘못’으로 결론짓고 있다. ‘5명 사망’이라는 현장의 보고가 전달과정에서 ‘5명 사상(死傷)’으로 잘못 전달되면서 지휘부의 상황파악에 혼선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서해 도발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방위원장인 김정일을 지목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김동신 국방장관이 직접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까지 받은 이런 발표는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서해사태를 ‘실무진의 실수’로 돌리려는 김 대통령과 군 지휘부의 안이하고 편의적인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나라의 안보를 책임진 국가 지휘부의 나태한 대북인식이야말로 이번 서해참사의 진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 발표는 핵심적 의문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껴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 동안 북한 경비정은 모두 5차례나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서해참사 직전인 지난달 27일과 28일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포신이 하늘을 향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우리측 함정을 정조준하는 태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이를 특이동향으로 본 현장 지휘관들이 상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나 무시됐다고 한다. 국방부는 공식발표에서 이를 생략했다가,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일부 잘못을 인정하는 ‘떳떳하지 못한 태도’까지 보였다.

따라서 상황파악과 초기대응이 잘못된 것은 적(敵)의 도발을 사전 감지할 수 있는 이상징후들을 무시한 군 지휘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사망’이 ‘사상’으로 잘못 전달된 보고체계상의 문제는 시정되어야 하지만, 이것을 이번 서해참사의 주요 원인인 것처럼 씌울 수는 없는 것이다.

군 지휘부가 이처럼 북한의 도발을 웬만하면 덮어두려는 경향은 어디서 비롯됐는가. 그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말라’는 내용을 군에 지시한 ‘DJ식 대북정책’의 결과다. 국방부는 ‘치밀하게 계획된 북한의 의도적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도, “(북한 권력체계의) 어느 선에서 지시가 있었는지는 추가적인 분석이 요망된다”고 결론을 유보했다.

김정일이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북한군을 직접 관할·지휘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북한권력의 속성상 김정일은 이번 만행의 ‘국외자(局外者)’가 아니라 당사자이자 최고 책임자다. 일부에서는 청와대 국가안보회의가 이 같은 본질규정을 막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도 규명되어야 한다.

만약 김 대통령이 이번 국방부 발표와 뒤이을 개각에서 국방장관을 경질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우리 군의 대북태세 전반을 재점검하고 서해에서의 유사사태 재발 방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는 「국방부 발표」식으로 어물쩍 넘길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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