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8·15 광복절을 ‘통일 약속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통일을 향한 우리 국민의 굳은 의지를 대내외에 선언하는 날로 관습화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20일 통일연구원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이후 통일·대북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통일정책연구포럼. /뉴스1
20일 통일연구원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이후 통일·대북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통일정책연구포럼. /뉴스1

통일연구원의 정성윤 통일정책연구실장은 20일 연구원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3ㆍ1절 기념사 이후 대북ㆍ통일정책 후속조치’를 주제로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국가 기념일 중 한민족의 통일 의지를 대내외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되새기는 날이 그간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가 매년 3ㆍ1절과 8ㆍ15 광복절을 통일을 향한 우리 국민의 굳은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날로 관습화할 필요가 있다”며 “자유를 향한 3ㆍ1절 정신은 8ㆍ15 광복을 통해 계승됐지만 분단과 전쟁으로 인해 미완으로 남았기 때문에 3ㆍ1절 정신을 계승한 진정한 광복은 통일을 통해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동할 수 있는 호기이므로 적극적 통일ㆍ대북 정책 기조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연구원의 김진하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북핵 문제 등에 가려져 있는 한반도 통일 문제를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적극 부각시켜야 한다”며 “북핵과 북한인권 등 모든 북한 문제와 북한 체제 모순의 시작점이 분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진하 연구위원은 “통일은 북핵과 동북아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마스터키”라며 “우남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한반도 통일을 향한 강력한 의지와 국제주의 접근법을 유산으로 삼아 개방적, 보편적, 시민적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미래지향적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명칭과 골격은 유지하되 북한체제 정상화를 1단계 목표로 삼을 것을 제의했다.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통일 과정을 화해·협력→남북 연합→통일국가 완성 3단계로 추진하는 방안이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노태우 정부가 기초를 쌓고 김영삼 정부가 수립해 여야와 보수ㆍ진보 진영이 합의한 통일 방안”이라며 “북한도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당시 우리의 ‘남북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했고 김정은이 2국가선언을 하고 통일ㆍ민족 개념을 폐기하면서 우수성이 입증된 통일 방안”이라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런 이유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명칭과 골격을 유지하는 대신 1단계 목표를 화해ㆍ협력이 아닌 북한체제 정상화로 삼아야 한다”며 “북한이 지금 이 상태로 통일을 거부하고 간다면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 김정은의 준비되지 않은 2국가 선언 및 통일ㆍ민족 개념 폐기로 북한 내 상당한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 70년간 주민들에게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으로 세뇌시켰고 ‘백두혈통’은 민족의 뿌리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김일성의 영혼이나 마찬가지인 ‘민족’과 ‘통일’을 부정하고 없앤 것”이라고 했다. 이어 “민족ㆍ통일 개념을 폐기하려면 북한 체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수정 작업이 불필요한데 기존에 북한 주민을 세뇌시켜온 선전ㆍ선동 및 교육 내용과 상충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극심한 혼란을 느낄 것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책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현욱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장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화해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 3단계는 더 이상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접근”이라며 “남북연합단계에서 통일로 간다는 접근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비정치적 분야 협력이 정치 분야 협력으로 이어진다는 접근 자체가 타당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김현욱 부장은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 양국이 기존의 작전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며 “중국의 개입에 어떻게 대응할지, 현실적으로 미국이 한국 주도의 개입에 협력할지 여부 등에 대해 미국과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3ㆍ1절 기념사는 남북한 내에서 나오는 두 국가론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며 “남북한이 특수관계라는 ‘한반도 특수성’과 민족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가 강조되는 정교한 통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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