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승인 없이 북한 소설을 국내로 반입해 출판한 민간단체 이사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지난 12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통일농협) 정익현(60) 이사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남북교류협력법에는 누구든지 남북 간에 물품 등을 반출‧반입하기 위해선 그 물품의 품목과 거래 형태, 대금결제 방법 등에 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 받도록 정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2018∼2020년 북한 당국과 계약 체결 뒤 북한 소설책이나 소설이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국내로 반입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정 이사장은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남북 간 직접 거래를 피하기 위해 중국 업체를 중개인으로 활용했다.
그는 2018년 7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중개업체 사장을 만나 ‘고구려의 세 신하’ 등 북한 소설책 9권을 수령하고, 이듬해 3월에는 중국 단둥에서 북한 소설 5종의 파일이 저장된 USB를 건네받고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월엔 ‘동의보감’ 등 북한 소설 8종이 담긴 USB를 받고나서 통일부 승인 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의보감’을 1권당 2만5000원에 판매했다.
정 이사장은 재판에서 “중국 사업가로부터 받은 책은 중국의 물품이지 북한의 물품이 아니고,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국가보안법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반입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정 이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승인이 지체되고 그 조건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반입승인을 받지 않은 채 출판을 강행한 점이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중국은 단순히 이동 과정에서 경유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