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 실드·FS)가 진행 중인 상황에도 한 달째 미사일 발사 도발을 멈추고 있다. 한미 연합연습을 ‘북침 전쟁 기도’로 여기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로키(low-key) 대응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뉴스1

13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 인근 해상에서 순항미사일을 쏜 2월 14일 이후 지난 12일까지 27일 동안 미사일 발사 도발을 중지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긴 미사일 도발 ‘숨고르기’ 기간이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표방한 이후 1월 14일부터 2월 14일까지 중거리 탄도미사일 2회(극초음속 미사일 포함), 순항미사일 5회, 수중 드론 1회 도발을 해왔다. 그런데 예년과 달리 한미연합연습 대응 성격으로 하는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한미 실기동 야외 훈련을 5년 만에 재개한 지난해 FS 기간(3월 13~23일) 중 순항미사일 2발, 탄도미사일 2발, 대륙간탄도미사일 1발, 순항미사일 4발, 어뢰 ‘해일’ 발사 등 다섯 차례에 걸쳐 도발했다. 북한은 지난해 하반기 연합연습 때는 순항미사일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하지만 올해 FS 훈련 기간에는 김정은의 이번 현장지도와 “전쟁연습”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지난 5일 북한 국방성 명의 담화와 5~7일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신호 발사, 7일 포사격 훈련 등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미사일 휴지기에 대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 더 집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오는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북한이 역내 긴장 조성을 하지 않고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북한 내부 군사 훈련 등은 FS 기간 계속 이뤄지고 있는 동향이 파악되고 있다”며 “북한은 언제든 미사일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전략자산 전개에 따라 도발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미 연합연습이 종료까지 아직 사흘이 남았고, 현재까지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없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보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4월 북한이 대형 기념일과 명절을 앞두고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 총선 이튿날인 4월 11일은 김정은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기념일, 4월 13일은 김정은의 국방위원장 추대 기념일이다. 4월 15일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4월 25일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이다. 이에 북한이 이런 행사에 맞춰 군사도발을 감행한 뒤 이를 대내외에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발사를 단행했다./뉴스1
북한은 지난해 11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에 발사를 단행했다./뉴스1

신종우 국장은 “북한 동창리에 새로운 발사대가 준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북한은 2분기에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의 공사를 재개한 징후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이 지난해 위성을 탑재해 발사했던 ‘천리마-1호’와 비슷한 정도의 로켓의 수평 점검과 테스트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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