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 지역 이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북한 포고문. /휴먼라이츠워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 지역 이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북한 포고문. /휴먼라이츠워치

북한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후 중국과 접경 지대에 2~3겹으로 철조망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시탑과 초소 등도 대거 추가로 설치해 국경 길목 감시를 강화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7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총알보다 더 강한 공포감, 2018~2023년 북한 폐쇄’ 보고서를 공개했다.

HRW는 북·중 국경 전체(약 1300㎞)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6지역 321㎞의 위성사진을 심층 분석했다. 인구가 집중되고 경제적으로 중요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자강도 중강군, 양강도의 혜산시와 대홍단군, 함경북도 회령시, 라선특별시 선봉 지역 등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까지 이 지역 철조망은 국경의 약 70%인 230㎞에 설치돼 있었지만 지난해 찍힌 위성사진에는 전체 국경에 깔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당 지역에 10m~수㎞ 간격으로 2~3겹의 철조망이 설치돼 철조망 도합 길이는 743㎞에 달했다. 보고서는 “여러 지역에서 1차 철책이 신설되거나 업그레이드되고, 이전에는 없었던 2차 및 3차 철책이 신설되고 경비 순찰로가 개선됐다”면서 “2019년 이후 새로운 경비 건물이 20배 증가했다”고 했다. 321㎞ 국경선에 6820개에 달하는 경비 초소, 망루, 주둔지 등이 새로 생겨 감시가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HRW는 “북한은 국경 이동 제한 조치 발표 후 ‘폭풍 군단’으로 알려진 정예 특수 작전 부대원 2000명을 북부 국경 지역에 파견했다”고도 했다. 북·중 국경을 넘다 적발되면 ‘즉시 사격’하도록 한 2020년의 조치도 현재 계속 유지되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7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윤주헌 특파원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7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윤주헌 특파원

보고서는 코로나 기간 북한 당국의 탄압과 고립 심화가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고통을 가중시켰다며 이로 인해 북한 내부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백신 확보와 배포 대신 엄격한 이동·무역 통제와 지역별 격리 등에 집중하면서, 감옥 같은 북한이 더욱 억압적이고 고립된 지역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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