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한반도 전문가이자 바이든 행정부 국무부의 ‘2인자’로서 대북 도발 억제,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등 인도·태평양 전략을 최전선에서 지휘했던 웬디 셔먼(75) 전 국무부 부장관이 한·미 동맹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았다. 셔먼은 지난 1월 은퇴했다. 광화장은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한 인물에게 주는 수교 훈장 중 최고 등급이다.

웬디 셔먼(왼쪽)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6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저에서 조현동 주미대사로부터 대한민국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주미대사관
웬디 셔먼(왼쪽)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6일 워싱턴DC 주미대사관저에서 조현동 주미대사로부터 대한민국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주미대사관

주미 대사관은 6일 “조현동 대사는 주미대사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미국 내 대표적인 친한 인사로서 한미 관계에 깊은 애정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셔먼 전 부장관에게 훈장을 전달했다”며 “(조 대사는) 셔먼 전 부장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했다. 조 대사는 셔먼 부장관과 오랫동안 함께 한반도 문제 등을 두고 협력해왔다. 조 대사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그는 미국 외교에서 철의 여인 같은 존재”라며 “(셔먼 부장관은) 한국과 일본 간 관계 개선을 돕는 데 ‘매우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셔먼은 이날 “오늘의 영예로운 자리를 마련해준 대한민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한국이 미국의 명실 상부한 ‘월드클래스(world-class)’ 동맹으로 발돋움해 나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한반도는 물론 인·태 지역 및 글로벌 현안은 물론 안보와 AI(인공지능), 첨단기술, 경제 안보 등도 함께 다루고 있다”며 “공직에서 은퇴했지만 앞으로도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작년 2월 9일 웬디 셔먼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 논의차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작년 2월 9일 웬디 셔먼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 논의차 열린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셔먼 전 부장관은 2000년대 초반의 북핵 협상과 2015년 이란 핵 합의 협상에 모두 관여했던 전직 베테랑 외교관이다. 최초의 여성 국무부 정무차관이자 최초의 여성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각종 장벽을 허물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2기 말기인 1999∼2001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냈다.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북한 관리 중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 배석했고, 같은 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면담했었다. 그는 2011~2015년엔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내면서 이란 핵 합의의 미국 협상단 실무를 총괄 지휘했다.

이날 서훈식에는 셔먼의 후임인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 킨 모이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정 박 대북고위관리 등 국무부 핵심 인사들도 함께 참석했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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