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뉴스1
2018년 5월 24일 북한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들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했다. /뉴스1

북한이 악명 높은 기존 정치범 수용소 외에, 핵시설로 정치범을 보내 피폭 위험이 큰 노역을 시킨다는 탈북민 증언이 나왔다.

6일 통일연구원 연구총서 ‘북한 주민의 가정생활: 국가의 기획과 국가로부터 독립’에 수록된 탈북민 면접 기록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을 떠나온 평양 출신 40대 여성 A씨는 북한 당국이 정치범을 핵기지로 보내 노역을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기지는 군부대가 관리하는 시설이지만 방사선 피폭 우려로 청년들이 입대를 피하는 곳이다. 때문에 복무자에게는 여러 특전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핵기지를 ‘감옥과 같다’고 표현했고 “방사선이 인체에 해롭다고 해서 누구나 안 가겠다고 하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부모들이 (자식을) 안 보내겠다고 하니까 일반 부대에 10년 복무한다면 거기는 5년을 복무한 후 대학 추천 입학과 공산당 입당을 시켜준다”며 “그런데 그곳에 복무하고 온 애들은 3년 만에 죽는다고들 하더라”고 말했다.

2018년 5월 24일 북한 군인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5월 24일 북한 군인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앞을 지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A씨 역시 핵기지에 보내질 위험에 처해 탈북을 감행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의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삶을 살았지만 해외 출장이 잦았던 남편의 단독 탈북 후 두 딸과 함께 당국의 삼엄한 감시에 시달렸다. 그 사이 불의의 사고로 큰 딸을 잃었고, 남은 모녀가 핵기지 내 관리소에 보내질 것이라는 감시 요원의 귀띔이 있었다고 한다. 남은 딸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탈북했다는 것이다.

한편 앞서 미국 비정부(NGO)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작년 10월, 핵실험장을 건설하고 유지 보수하는 데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이 동원됐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과 화성 정치범 수용소(16호 관리소)를 잇는 5.2㎞의 비포장도로가 위성사진에 포착됐다는 게 근거였다.

이들은 “과거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 16호 관리소 수감자 규모와 핵실험장 건설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북한 정권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정치범들을 갱도 건설에 배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도로는 강제 노역할 수용자들을 핵실험장으로 실어 나르거나, 실험장에 관측 기구 등을 옮기는 용도로 사용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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