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리유일 감독이 기자회견 도중 손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리유일 감독이 기자회견 도중 손을 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호를 정확히 부르지 않으면 질문을 받지 않겠습니다.”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 리유일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한국 기자의 말을 자른 뒤 이렇게 말했다. ‘북한’ 표현을 사용한 질문에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리 감독은 일본과 맞붙는 2024 파리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27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던 그는 한국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는 기자가 “북한 여자축구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묻자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었다.

리 감독은 손을 올리고 “아닙니다. 미안한데요”라며 질문을 중단시켰다. 그리고는 “국호를 정확히 불러야. 우리는 북한 팀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팀이니까”라며 “국호를 정확히 부르지 않으면 우리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에 현장에는 수 초간의 침묵이 흘렀다.

이후 기자는 국호를 생략하고 “여자축구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다시 물었다. 리 감독은 그제야 “우리가 대표하는 국가를 빛내고 싶은 마음, 선수로서 가족이나 친지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 축구를 발전시키고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원동력”이라고 답변했다.

북한이 ‘북한’ 호칭에 민감하게 반응한 일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도 여러 번 있었다. 리 감독은 당시에도 여자축구 8강 남북전을 치른 후 기자회견에서 ‘북측’이라고 말한 기자에게 “우리는 북측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시정하지 않으면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은 적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아시안게임 한국·북한 여자 축구 8강전을 방영하면서 ‘한국’의 국가명을 ‘괴뢰’로 표기한 자막을 내보냈다. /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아시안게임 한국·북한 여자 축구 8강전을 방영하면서 ‘한국’의 국가명을 ‘괴뢰’로 표기한 자막을 내보냈다. /조선중앙TV

또 여자농구 남북전이 끝난 뒤에도 한 기자가 ‘북한’을 언급하자, 북한 관계자가 “리는 ‘DPR코리아(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로 부르지 마라. 불쾌하다”고 반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아시안게임을 중계한 조선중앙TV 화면에 한국 국가명을 ‘꼭두각시’라는 의미의 ‘괴뢰’(傀儡)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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