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해 9월 러ㆍ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러 준비를 위해 항공기 두 대를 띄워 노동자와 탈북민 등 약 370명을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착륙한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 /뉴스1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착륙한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 /뉴스1

러시아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27일 “비행기 한대에 186명씩 태워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러시아 파견 노동자 가운데 다쳤거나 몸이 아파 물리적으로 더는 일을 하기 어려운 환자들, 탈북하려다 실패한 이들을 환자로 위장해 비행기에 탑승시켰다”고 했다. 정확한 북송 탈북민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환자로 위장한 탈북민과 노동자들을 함께 평양행 항공기 두 대에 나눠 태워 보냈다는 것이다. 각 항공기 당 탑승정원은 180명이고 나머지(12명)는 승무원 등 북한 당국 인원이라고 한다.

당초 이번달로 예정됐던 러시아 체류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 일정은 오는 4월로 연기됐다고 한다. 북한 노동자들 출국 일정에 맞춘 여권 유효기간 연장 등 러시아 당국의 행정 처리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들이 러시아 입국심사를 마치자마자 노동자들 여권을 압수해 관리한다. 북한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통제조치로, 노동자들은 여권을 압수당한 채 반드시 2~5명씩 조를 짜서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은 북한으로 가져갈 물품 구매 등 귀국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러시아 현지에서 의약품과 공구, 의류 등 북한에서 필요한 물품을 사 모으고 있고, 한국산은 북한 내 반입이 불가하지만 일본산 물품은 허용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이번에 북한으로 돌아가게 되면 다시 러시아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작년 가을부터 각 회사별로 귀국 예정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언행 등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등 일종의 ‘사상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다”며 “원래는 간부급 인원부터 북한으로 귀국시키려 했으나 간부급 직원이 빠지면 노동자 배치 등 현장 운영에 지장이 있어 통역 등 간부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러시아에 남아 있는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러시아 내 북한 인력 수요는 약 20만명 규모라고 한다. 러시아 현지에서는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러시아에 파견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소식통은 “러시아는 올해말까지 북한 인력 20만명 투입을 예상하고 있고 10만명은 연해주 및 극동지역에, 나머지 10만명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대한 복구 지원 인력으로 배치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며 “러북 간 인력협정을 맺어 올해말까지 북한 노동자 20만명을 추가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들었고 우크라전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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