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국과) 강력한 동맹을 맺길 원합니다. 다만 한·미 정부는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비용 분담(Share burden)에 대한 제대로 된 합의를 이뤄야 할 겁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냈던 한국계 미국인 모르스 단(한국명 단현명·오른쪽)이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단 전 대사는 국제형사사법대사 재직 당시 전쟁범죄, 대량 학살 등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도 관여했다. /미 국무부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냈던 한국계 미국인 모르스 단(한국명 단현명·오른쪽)이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단 전 대사는 국제형사사법대사 재직 당시 전쟁범죄, 대량 학살 등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도 관여했다. /미 국무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2017년 1월~2021년 1월) 당시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한국계 미국인인 모르스 단(한국명 단현명)은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미 공화당 최대 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시팩)’에 주요 트럼프 행정부 전직 참모 중 한 명으로 참석한 단 전 대사는 “한국으로선 북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군이 주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한국의 ‘안보 보장’을 위해 수많은 미국인들의 피가 한반도에 뿌려져왔다”고 했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설 경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은 여전히 굳건하겠지만, 한국도 그에 맞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제형사사법대사 재직 당시 전쟁범죄, 대량 학살 등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도 관여한 단 전 대사는 트럼프 재집권시 대북 고위 관료로 발탁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단 전 대사는 이날 “(트럼프는) 한국과 한반도를 포기하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트럼프)가 비용 분담을 협상하려고 할 때 강한 언어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트러프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2025년 종료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과정에서 분담금을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주한 미군 감축·철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말로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하거나 포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협상에 돌입했을 때 그는 힘든 협상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단 전 대사는 이날 CPAC의 첫 공식 행사에서도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력으로 한반도를 점령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남한을 방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미국의 남한 방어 약속은 또 다른 전면적인 한국전쟁을 막는 가장 큰 억지력이었다”며 “따라서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미국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단 전 대사는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김정은을 다시 만나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싱가포르든 하노이든, 아니면 DMZ든 어디서든 트럼프가 (미·북간) 회담에서 한 일은 역사적인 일이었다”며 “(재집권 뒤 다시 김정은을 만나려고 해도) 놀랍지 않을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기존 북핵(北核)을 용인하는 ‘핵 동결’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해선 “그(트럼프)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2016년 대선때도 트럼프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다른 모든 대선 후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빈도로 북한의 위협과 북핵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만큼 북핵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일각에서 우려하는 북핵 동결과 대북 제재를 바꾸는 ‘설익은’ 합의는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한은 각종 위협적인 수사와 함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은 (도발 없이) 조용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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