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의 유족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향후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의 유족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향후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수부 공무원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낸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법원이 각하했다. 유족은 법원이 관보 등에 소장을 올리면 소송 상대방에게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을 신청했다. 현실적으로 당사자에게 소송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울 때 쓰는 제도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 사건은 공시송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몇 년 전 국군 포로와 전시 납북자 가족 등이 북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공시송달을 받아들여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과 배치되는 판결이다.

현행법은 당사자 주소 등을 알 수 없거나 외국에서 해야 하는 송달의 경우 공시송달을 허용한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유족 측이 북한 주소를 알고 있고, 헌법상 북한은 우리 영토여서 공시송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분단된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다. 법 규정에만 얽매여 너무 기계적으로 판단했다.

현재 국군 포로 등은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은 뒤 북한에 줄 저작권료를 보관 중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돈을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경문협의 돈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 개인과 단체 돈이라는 취지다. 전 주민이 정권의 노예인 북에서 무슨 개인 저작권이 있나. 너무나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다. 법원이 이제 공시송달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의라고 할 수 없다.

미국 법원은 2015년 북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 청년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낸 소송을 여러 차례 받아들여 배상 판결을 내리고, 배상금 충당을 위해 억류된 북한 화물선 강제 매각도 승인했다. 우리 법원의 태도와는 너무나 다르다. 이러니 김정은이 반인도적 만행에 부담을 느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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