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에 총살된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각하(却下)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201단독 박지원 판사는 지난 2일 이씨 유족이 낸 공시송달 신청을 기각하면서 소송도 각하했다고 19일 밝혔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심리하지 않고 끝내는 것이다.

공시송달은 법원이 홈페이지나 관보에 소장 등을 올리면 소송 상대방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유족은 소장에 피고인 북한의 주소를 ‘평양시 중구역 창광동 조선노동당 청사’로 적고 공시송달 신청을 했다.

박 판사는 “소장에 적힌 주소로는 (직접) 송달이 불가능하고, 공시송달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민사소송법은 당사자 주소 등을 알 수 없거나, 외국에서 해야 하는 송달의 경우 공시송달을 허용한다. 유족 측이 북한 주소를 알고 있고, 헌법상 북한은 우리 영토이므로 공시송달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법원이 그간 북한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에서 공시송달을 인정한 것과 모순된다. 법원은 2020년과 작년 6·25전쟁 때 북한에 잡혀 수십 년간 강제 노역을 한 국군 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했는데, 모두 공시송달로 진행됐다.

유족은 지난 15일 법원에 공시송달 신청을 받아달라며 즉시 항고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앞선 국군 포로 소송 때와 같은 북한 주소를 적었는데 법원이 다르게 판단했다.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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