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동수 고문은 15일 한ㆍ쿠바 수교에 대해 “김일성때부터 3대에 걸친 우방이 한국과 수교를 맺을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며 “김정은에게 한중 수교때 김정일이 받은 충격만큼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1998년 탈북한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20년간 전략연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고문을 맡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는 모습.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만나는 모습. /뉴스1

김 고문은 이날 본지통화에서 “1992년 한중수교 당시 북한 외무성에 근무할때인데 김정일이 ‘중국은 사회주의 의리를 팔아먹은 아주 나쁜놈’이라며 “어떻게 순망치한 관계인 우리를 버릴 수가 있느냐’고 격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중ㆍ한러 수교 당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 한ㆍ쿠바 수교는 그때의 충격에 버금가는 일이고 김정은이 매우 놀랐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 외무성 외교관들은 이런날이 오리라는걸 예상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북한 외교관들 사이에 ‘북한 외교의 전성기’로 평가된 김일성 시대와 경제난에 수십개 공관을 닫아야 했던 김정일 시대를 모두 경험했다. 그는 “1979년 탄자니아에 유학갔을 때 북한 외교공관이 120개로 남한의 거의 두배에 달했다”며 “김정일 시기 경제난에 아사자가 속출하면서 외교 공관 수가 확 쪼그라들고 외교관 역할이 주재국에 식량원조를 요청해야 하는 ‘빌어먹는 외교’ ‘구걸 외교’로 변했다”고 했다. 김 고문은 “1980년대말 아사자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본국에서 대사관 공관 운영 자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며 “김정일이 1990년대 들어 각 공관에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대륙별 대사관을 거점 중심으로 통폐합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재외 공관이 70개 정도로 줄었다”고 했다. 외화벌이와 식량원조 등 성과가 있는 공관 이외에 나머지 공관은 폐쇄하라는 지침이었다고 한다.

북한은 이번 한ㆍ쿠바 수교를 계기로 더욱더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된 모양새다. 북한은 핵ㆍ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 강화에 외화벌이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말 해외 공관을 줄이기 시작해 44개만 남겨놓은 상태다. 김 고문은 “북한 외무성 외교관들은 옛 소련이 붕괴했을 때 이미 사회주의는 망했다고 생각했다”며 “김정은은 예상 못했겠지만 외무성은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쿠바도 언젠가는 한국과 손잡는 날이 오리라는걸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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