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령을 받아 국내에 지하조직을 만들고 반국가 활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 중 3명이 1심 판결 선고를 이틀 앞둔 14일 “유엔에 제3국으로의 망명 지원과 재판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 피고인들이 1심 재판 중에 5차례 법관 기피 신청을 내면서 2년 5개월째 판결이 나오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2~20년을 구형받은 피고인 3명이 오는 16일 판결 선고를 받게 되자 돌연 망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이 법을 악용해 온갖 방법으로 재판을 지체시키는 일이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망명까지 주장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피고인들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에 ‘재판 즉각 중단’ ‘제3국으로 망명 지원’ ‘국보법 폐지 및 국정원·검찰 해체 권고’ 등을 위한 특별 절차를 요청했다. 그런데 이 요청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특별 절차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진행하는데 주로 중동·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 국가의 인권 상황이나 인신매매·고문, 여성·원주민 권리 등 보편적 인권 문제가 조사 대상이다. 또 특정 국가의 재판에 개입하거나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 해체를 권고할 수도 없다.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들은 지난 2017년 5월 중국에서 북한의 대남 공작 기관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접선한 뒤 국내에 비밀 지하조직을 결성한 혐의를 받는다. 2021년까지 북한 공작원과 지령문·보고문을 수십 차례 주고받고, 공작금 2만 달러를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고인 3명은 2021년 9월에 1차 기소됐고 나머지 1명은 같은 해 11월에 추가 기소됐다.

1차 기소된 피고인 중 2명은 징역 20년을, 추가 기소된 피고인 1명은 징역 12년을 각각 구형받았고 오는 16일 1심 판결을 선고받을 예정이다. 나머지 피고인 1명은 아직 구형을 받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망명을 주장한 피고인들은 이미 구형받은 3명이다. 한 법조인은 “중형 선고가 예상되자 국제기구가 받아줄 수 없는 주장을 하면서 또 재판을 지체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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