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물망초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상대로 한 탈북 국군포로 추심금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뒤 패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사단법인 물망초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상대로 한 탈북 국군포로 추심금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 뒤 패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6·25때 북한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한 국군 포로들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이 또다시 좌절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항소2-3부(재판장 오덕식)는 14일 국군포로 노사홍(95)씨와 고(故) 한재복씨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소송에서 원고 측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항소 기각 사유를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 추심금 청구 소송은 국군 포로 두 사람이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후속 절차로 이뤄진 것이다.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북한 당국이 두 사람에게 각각 2100만원을 줘야 한다”는 북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우리 법원이 북한과 김 위원장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북한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경문협이 제3채무자로서 8599만8164원의 손해배상액을 대신 지급하라”는 추심 명령을 내렸다. 2004년에 설립된 경문협은 북한에서 저작권을 위임받아 국내 언론사나 출판사가 북한 저작물을 사용하고 낸 저작권료를 받아 관리하는 단체다.

경문협은 조선중앙TV 등의 북한 저작물을 사용한 국내 방송사들로부터 북한을 대신해 저작권료를 걷어 북한에 송금해왔다. 하지만 2007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여파로 송금이 금지되면서 2008년부터 최근까지 20억원 가량을 법원에 공탁해놓은 상태다. 법원은 노씨 등이 이 돈을 압류해 배상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경문협이 이를 거부하면서 노씨 등은 2020년 12월 추심금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재작년 1월 “북한은 피압류채권을 가지는 주체가 아니다. 북한을 우리와 같은 대등한 개별 독립 국가로도 볼 수 없으며 비법인 사단으로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항소 재판 진행 중이던 한재복씨가 지난해 2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그의 딸이 소송을 대리해왔다. 고인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2001년 탈북한 뒤 북한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힘써 왔다.

이들의 소송을 도왔던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이사장은 “참담하다”며 “대한민국 사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탈북 국군포로들을 대리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추심금 청구 소송을 진행해온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국군포로 어르신들은 이미 3년 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김정은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했다”며 “승소 판결에 따른 집행금을 최종 집행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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