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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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발한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국내에 납품하고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대북 사업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경기도와 중국 베이징 등에서 사업을 하던 김씨는 2007년 북한 IT 개발 조직과 접촉해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제공받고 이를 자체 개발한 것처럼 속여 국내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북한에 프로그램 개발비 86만 달러(약 9억6000만원) 를 주고 군사상 기밀을 누설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네트워크 해킹, 악성코드 유포, 디도스 공격 등 북한의 사이버테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 프로그램을 들여와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국가의 안전에 명백하고 심대한 위험을 초래했고,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장기간  접촉하면서 주고받은 이익의 규모도 상당하다”라며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사업상 만난 상대방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은 북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접촉한 사람이 북한 IT개발조직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접촉한 사람이) 북한 사람이고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사실, 지령을 받는 자라는 사실 등을 알았다고 보기 부족하다”라며 “(거래 당시 쓴 표현들도)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이기 때문에 사용한 표현이라고 충분히 오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이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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