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6일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6일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가 6일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 보고서’에는 북한 주민들이 당국이 법으로 금지한 개인 간 주택 양도·매매, 사금융, 사교육 등을 하고 있는 현실이 담겨 있다. 국영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사경제 활동으로 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배급제도 유명무실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생계 문제를 자체 해결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주택은 공식적으로 당국 소유로 개인 간 주택 매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주민들 간 주택을 사고파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에서 주택 매매는 해당 주택의 소유권이 아닌 이용 허가증(입사증)을 사고파는 것을 말하는데 김정은 집권 이후 2016~2020년 주택 양도·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2%까지 증가했다.

북한에선 개인 간 돈을 빌리는 행위도 금지돼 있으나 32%는 북한에 있을 때 사적으로 돈을 빌렸다고 답했다. 김정은 집권 이전인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이 돈을 빌리는 대상은 대부분 가족 및 친지였는데 2012년 이후에는 ‘돈주’나 환전상 등에게 빌리는 비율이 21.7%에 달했다. 돈을 빌린 목적은 ‘장사 밑천’이 53.4%, ‘생활비’가 39.7%였다.

탈북민 10명 중 9명은 북한 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가르친 과목으로 ‘김일성·김정일 혁명역사’를 꼽았다. 학교 교육 대부분이 김씨 일가 우상화에만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은 예체능을 비롯한 대입에 필요한 과목을 사교육에 의지하고 있었다. 사교육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비율이 2011년 이전 43.5%에서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인 2012년 이후 51.3%로 증가했다.

응답자의 90% 이상은 “시장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된다”고 답했고 김정은 집권 이후 계획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2011~2015년 44%, 2016~2020년 49.5%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김정은 집권 이후 시장에서 식량을 조달하는 비율은 70.5%까지 증가했다. 생필품 역시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비중은 5.4%에 불과했고 2012년 이후 90%가 시장을 통해 스스로 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의 배급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1일 3회 식사하는 비율(89.7%)이 증가했는데 이는 주민들이 사경제 활동을 통해 자체적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북한 당국은 ‘무상 의료 시스템’을 주장하지만 2012년 이후 응답자의 44.9%가 의약품 대부분을 시장에서 구매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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