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6일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5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조 장관은 왕 부장에게 탈북민 강제 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정부의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상견례를 겸한 첫 전화 통화에서 중국 내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를 제기하고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왕 부장에게 “한·중 양국이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고 협력의 성과를 쌓아나가며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개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한·일·중 정상회의와 관련해 조 장관은 “후속 협의를 진전시켜 가자”고 제안했다. 왕 부장은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노력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양측은 최근 북한의 도발 문제도 논의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지속 추진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왕 부장이 한·중 관계에 대해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적극적이고 객관적이며 우호적인 중국 정책을 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했다.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서 왕 부장은 “현재 한반도 긴장에는 원인이 있다”며 “각국이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하며 긴장을 고조하는 언행을 삼가고 대화를 통해 각자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이날 한·중 외교 수장 간 전화 통화는 조 장관이 외교장관에 임명된 지 27일 만에 이뤄졌다. 조 장관은 취임 후 미국, 일본, 호주, 베트남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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