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러시아가 북한이 원유를 구매할 수 있도록 자국 금융기관에 동결돼 있는 북한 자산 900만 달러(약 120억원)를 해제시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미국 우방국 정보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최대 250만발의 탄약을 제공했다는 영국 싱크탱크 추산이 나온 가운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군사 지원의 반대 급부로 앞장서서 대북 제재를 와해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NYT는 이날 익명의 우방국 정보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최근 자국 금융기관에 동결돼있던 북한 자금 3000만 달러 중 900만 달러를 해제시켰다”고 보도했다. 동결 해제는 북한산(産) 무기가 러시아에 전달된 직후 이뤄졌다고 한다. 이와 별개로 최근 북한의 한 위장 회사가 러시아·조지아 접경 지역의 친러 성향 자치주 남오세티아에 있는 또 다른 러시아 은행에도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모스크바가 북한 경제를 질식시키고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서 소외시킨 대북 제재를 우회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했다. NYT는 “두 나라의 관계 밀착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시그널”이라고 했다.

국제사회는 2006년 1차 핵실험 이래 지속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안보리가 중심이 돼 여러 제재를 부과해왔다. 그 중에서도 은행 등 국제 금융기관에 있는 북한 자금을 동결시키고, 북한 인사·기업이 국제 금융 네트워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융 제재가 핵심이었다. 과거 북한 고위 당국자가 “금융은 피와 같은데 살점을 떼어내는 것과 같다”(김계관)고 토로할 정도였고, 북한이 가상화폐 해킹에 매진하는 것도 금융 제재를 우회해 핵 개발 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보도대로 러시아의 동결 자금 해제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후안 자라테 전 미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는 “(사실이라면) 불한당(rogue)이 되겠다며 루비콘 강을 건너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미 정부는 NYT 보도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의 대가를 요구할 것이란 우리 예측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결 자금 해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접근 재개를 넘어 군 정찰위성이나 핵잠수함 같은 고도화된 군사 장비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 출신인 수 킴은 “러시아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비밀을 공유할 정도로 러·북 간 신뢰가 두텁지 못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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