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대다수는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할 것으로 비관하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서 강화되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위협이 해소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으며, 독자적인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종현학술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성에 맞춰 성별·연령·지역별로 추출한 18세 이상 성인 1043명을 대상으로 가구별 방문면접 형태로 진행됐다.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이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차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2.05./뉴시스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이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차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2.05./뉴시스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 인식은 더욱 굳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핵 선제타격을 법제화하고 김정은이 핵무기 불포기를 선언한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49.7%가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고, 41.4%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 같은 비관적 응답률은 작년(77.6%)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 반격 능력은 당장의 위협으로 인식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미국의 핵공격을 받은 뒤에도 미국에 대응할 수 있을만큼의 충분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47.6%)와 전혀 그렇지 않다(10.1%)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미국이 한국을 북핵위협으로부터 완벽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40%에 그쳤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등의 개발로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자국 공격 가능성을 무릅쓰고 한반도 유사시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53.1%)와 전혀 그렇지 않다(7.7%)며 부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이 60%를 넘었다.

한국 윤석열 정부,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일본 기시다 후미오 정부간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이런 3국 협력이 북한의 핵위협을 해소할 것으로 보지 않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작년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 등 안보협력 강화로 인해 북핵 위협이 해소될 것으로 보느냐’는 설문에 그렇지 않다(53%)와 전혀 그렇지 않다(10.4%) 등 비관적 응답이 63%에 달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대한 긍정 여론은 두드러졌다. 북핵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한국의 핵 잠재력 강화(20.6%)가 가장 많았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와 유사한 미국 핵 공유(20.4%), 한국형 3축 체계 강화(18.7%),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 재배치(16.2%) 등의 순이었다. 한국이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1.4%가 ‘그런 편’이라고, 21.4%는 ‘매우 그런 편’이라고 답했다. 열명 중 일곱이 독자 핵무장에 찬성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이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차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2.05.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이 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2차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4.02.05. kkssmm99@newsis.com

또 한국이 독자적 핵 개발 능력이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3.4%가 ‘그런 편’이라고 답했으며, 20.9%가 ‘매우 그런 편’이라고 답했다. 열명 중 여덟명이 찬반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의 핵 독자 개발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종현 학술원은 특히 이념(보수·진보·중도)을 불문하고 자체 핵무장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소득이 낮을수록 호응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우세를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대선에서 승리해 4년만에 재집권할 경우 과거 집권기처럼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주한미군 철수까지 압박할 것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3.7%가 그런 편이라고, 24.5%는 매우 그런 편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시대’가 열릴 경우 한미 안보협력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반도 안정에 있어 중국의 역할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실질 기여를 할 의지가 얼마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9.4%가 별로 없다, 21.7%가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인지, 방해가 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방해가 될 것(63%)이라는 응답이 도움될 것(5.7%)을 완전히 압도했다. 최근의 안보 상황으로 인해서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9.1%가 ‘약간 있다’, ‘16.3%’가 많이 있다고 답해,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은 “이번 조사에 나타난 국민들의 전반적이 안보인식은 한국의 직접적인 참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한반도의 확장억제 강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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