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어보셨습니까? 미 고위직에 오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있습니다.”

1일 미 연방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이 6·25 전쟁을 다룬 T R 페렌바크의 역사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1963년 출간)’을 집어들고 있다. 그는 이날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지명자 청문회에서
1일 미 연방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케빈 크레이머 상원의원이 6·25 전쟁을 다룬 T R 페렌바크의 역사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1963년 출간)’을 집어들고 있다. 그는 이날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지명자 청문회에서 "모든 고위직 지명자에게 이 책을 꼭 읽기를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미 연방 상원

1일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케빈 크레이머(노스다코타주) 상원의원은 6·25 전쟁을 다룬 T R 페렌바크의 역사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1963년 출간)’을 집어들고 새뮤얼 파파로(60)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지명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6000 시간 이상 비행 기록과 1100회 이상의 항공모함 착륙 기록을 가진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파파로는 작년 7월 미군의 대북·대중 억제를 담당하는 인·태 사령관으로 지명됐다. 파파로 지명자는 크레이머 의원 질문에 “내 사랑하는 아들이 해군사관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책”이라며 “내 책장에 항상 꽂아두고 있다”고 대답했다.

6·25 전쟁과 관련해 ‘고전(古典)’으로 평가 받는 이 책은 준비가 제대로 돼있지 않던 미군이 한반도에서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전(前) 미 국방장관, 고(故)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 등이 공식 석상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미군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며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크레이머 의원은 이날 “이 훌륭한 책의 교훈은 아주 간단하다”며 “1945년 미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인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5년 후인 1950년(6·25 발발), 우리 군은 남한을 침공한 ‘제3세계 농민군(북한군)’을 막지 못했고, 1950년 여름에는 말 그대로 수천 명의 젊은 미국인이 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군의 엄청난 희생은 미국의 지도력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쟁을 제대로 대비하지도 못했고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지도부의 무능으로 미군이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였다. 크레이머는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임에도 육군과 해군과 해병대가 쪼그라들고 있다”며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반복할 수 없다”고 했다.

6·25 참전 용사 출신인 저자 페렌바크는 6·25 전쟁이 휴전에 들어간 뒤 10년만에 이 책을 냈다. 그는 참혹한 현장을 직접 경험했지만 800페이지에 달하는 책 내내 ‘제3자’의 관점으로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 엿새가 지난 1950년 7월 일본 이타즈케 공군기지에서 미 21보병연대 1대대장 스미스 중령은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해 한반도로 향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스미스 특수임무부대(Task Force Smith)’라는 이름으로 400여명의 병력이 한반도로 향했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군이 오합지졸이고 큰 노력 없이도 격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한반도에 상륙하자 마자 북한군의 기갑부대의 기관총·포탄의 공격을 받아 사상자가 속출했다. 당황한 스미스 중령은 후퇴를 명령했다. 400명에 달하는 병력이 하루 만에 185명으로 줄었다. 책에 따르면 스미스 부대에는 소총 조립을 할 줄 몰라 전투에서 총을 쏘지 못한 병사도 많았다고 한다. 크레이머 의원은 이날 “우리는 다시 한번 ‘스미스 특임부대’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파파로 지명자에게 “이 책을 읽어봐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지명자가 1일 미 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미 연방 상원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 지명자가 1일 미 상원 군사위 인준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미 연방 상원

한편 파파로는 이날 “한국은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정의 핵심(lynchpin)”이라며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한다”고 했다. 그는 “군 사령관으로서 나는 북한의 핵 역량 발전을 주시해야 한다”며 “그것에 보조를 맞추고, 억지할 수 있기 위해 (미군 핵전력을 관리하는) 미국 전략군과 함께 하는 확장억제(핵우산)가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라고 했다.

파파로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 “북한의 지속적인 무력 도발, 지속적인 핵확산, 더 많은 양의 미사일 실험 등으로 정세가 바뀌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한국은 북측 인근에서 정보 감시와 정찰 활동을 강화하고 있고, 공개적인 (도발 자제 요구) 성명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북한 간의 안보 지원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 이는 인도·태평양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그는 북러가 공생 관계라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제재를 회피해가며 북한에 물자를 제공하고, 잠재적으로는 첨단 기술을 제공할 수 있어 서로의 간극을 좁혀주고 있다”고 했다.

파파로는 중국 및 대만 문제에 대해 “국제질서를 자신들의 전제주의적 선호에 맞게 재정립할 의지와 능력을 가진 우리의 유일한 경쟁자”라며 “미 국방부는 대만을 도우러 갈 준비 태세를 갖추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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