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페이스북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페이스북

러시아가 26일 “양국의 우호관계를 붕괴시키는 무모한 행동에 대해 한국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자카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한국의 무모한 조치가 관계 붕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 대한 비난은 근거도 없고, 따라서 불법”이라고 했다. 자카로바 대변인은 ‘무모한 행동’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 국방부가 치명적인 무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군사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최근 서울(한국 정부)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기술협력을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봤다”며 “우리는 우리를 겨냥한 주장들이 입증되지 않고 근거도 없기 때문에 불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거래를 문제삼은 직후 나왔다. 윤성미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군축회의 대표는 이날 스위스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 일반토의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달 초 미국 백악관은 최근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수십발의 탄도미사일을 받았으며 그 중 일부를 이미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이 같은 불법적인 무기 이전은 한반도와 그 너머 국제사회의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며 “거래를 통해 당사자들이 무엇을 교환하는지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를 규탄하는 한미일 등 약 50개국 외교장관의 성명이 뒤따르기도 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를 상대로 불법적으로 비난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한국의 가혹한 발언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가짜 정보의 목표는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을 우크라이나 분쟁에 끌어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등 한반도 상황이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러시아)는 수년 동안 한반도에 안보, 평화, 안전지대를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를 추진했지만 무시당했다”면서 “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미국은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고 했다. 라브로프는 또 “현재 한국에서 북한에 대한 공격적인 레토릭(정치적 수사)이 들리고 일본도 평양에 대해서 더욱 적대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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