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책착암기공장 일꾼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책착암기공장 일꾼의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노동신문 뉴스1

중국 봉제 공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을 문제 삼으면서 폭동을 일으켜 북한에서 파견한 관리 책임자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북한 국방성 산하 ‘전승무역’ 소속 노동자들이 파견된 중국 지린성 옌지 소재 ‘화룡 공장’에서 임금 체불 불만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며 “이로 인해 현지 노동자 관리 책임을 맡은 북한 관리자가 사망하고 지배인 등 3명이 중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공장은 봉제 공장으로 북한 노동자 약 2500명이 파견된 곳이라고 한다.

이들이 폭동을 일으킨 건 지난 11일쯤이다. 북한 당국은 현지 총영사 등을 급파해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이곳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체불 임금 총액은 약 1000만달러 정도로, 최소 4~7년 임금이 체불됐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들에게 코로나가 진정되면 북한으로 돌아갈 때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북한 당국이 이들에게 줄 임금을 본국에 ‘전쟁 준비 자금’으로 송금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에 분노한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한다.

북한은 폭동을 일으킨 공장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체불 임금을 다른 무역회사에서 급하게 끌어와 몇 달 치 임금만 우선 지급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껐다고 한다.

문제는 다른 공장도 현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임금 체불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연쇄 폭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중국 내 노동자들의 경우 몇 년 동안 외화벌이에 지쳐있는 데다 북한 귀국 허가도 선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한다”며 “이번 폭동이 연쇄 폭동으로 이어질 조짐이 있다”고 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하기로 악명 높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임금의 절반 이상을 북한 간부들이 가져가고 정권에 상납금을 별도로 내야 한다. 생활비 등을 제외하면 노동자들 손에 쥐여지는 돈은 소액에 불과하다는 게 해외 탈북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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