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히 키슬리치야 우크라이나 대사가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전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르히 키슬리치야 우크라이나 대사가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전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국제 평화 및 안보 위협’을 주제로 공식회의를 열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안보리 논의는 러시아가 북한산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습했다는 정황 등이 확인된 이후, 북-러의 군사적 유착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국면이다. 이날도 한국 등 46개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고, 러시아는 북한산 미사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미국 등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이어가며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한국과 미국 등 46개국과 유럽연합의 대사들은 약식 회견을 갖고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러시아는 다른 나라로부터 조달한 무기로 우크라이나 국민을 살해하고 있다”면서 “여기에는 안보리 결의를 통해 채택된 북한과 러시아의 ‘북한 무기 금수조치 위반’이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은 북한에 무기가 가진 기술적 능력에 대한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면서 “북한과 러시아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22일 안보리 공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유엔웹티비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22일 안보리 공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유엔웹티비

황준국 유엔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산 미사일이 갖는 한국과 세계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했다. 황 대사는 “문제의 미사일은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비행거리는 한반도에 해당한다”면서 “러시아가 북한 미사일을 사용한 것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핵 비확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우리 당국은 러시아가 쏜 북한산 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460km로 북한 원산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일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황 대사는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과정에서 양국의 지속적인 군사 협력과 관련한 문서를 갖고 있던 사실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최선희가 푸틴을 만나기 위해 대기할 때 북측 수행원이 들고 있던 서류 표지에 AP통신 등 외신 카메라에 찍혔는데 여기에는 ‘우주기술 분야 참관 대상 목록’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제목 밑에는 참관 장소로 추정되는 ‘1.우주로케트 연구소 <쁘로그레쓰>’ ‘워로네쥬 기계공장’ 등이 적혀 있었는데 ‘쁘로그레쓰’는 우주 발사체 기술연구소인 러시아 ‘프로그레스 우주 로켓 연구소’로 추정된다. 최선희의 러시아 방문에는 북한의 무기 개발 총책인 조춘룡 당 중앙위 군수공업부장도 동행했다.

러시아는 22일 유엔대사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했다. /로이터 뉴스1
러시아는 22일 유엔대사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했다. /로이터 뉴스1

이날 유엔 주재 대사 대신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북한산 미사일과 관련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러시아는 “미국이 근거도 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해왔다. 다만 러시아는 “전쟁의 장기화는 미국 등 서방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때문”이라면서 수차례에 걸쳐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우드 미 차석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해한 것이 이 전쟁의 시작이라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고 푸틴 대통령이 이 전쟁을 연장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사용하기 위해 북한과 이란에서 무기를 조달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