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도발 사건의 본질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 경비정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와, 저지하는 우리 측 경비정에 무차별 선제공격을 가해 격침시킨” 사실이다. 이번 사건의 성격규정과 그에 따른 대응조치도 이러한 사건의 본질에서 출발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일부에서 마치 우리 측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정황이 있다는 투로 들릴 만한 설명을 집중적으로 하고, 이것이 인터넷상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문제의 해역에서 우리 어선들이 해군통제를 피해 어로한계선을 마구 벗어나는 무질서한 어로행위를 했고, 이것이 북한측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의 경우는 이번 같은 중대사태의 발생 원인과 과정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짚어보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만, 그것이 자칫 사건의 비본질적 측면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태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 좀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설혹 연평도 어민들이 꽃게 욕심에 어로한계선을 벗어났다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내부의 문제일 뿐 북한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어로한계선은 우리 스스로 설정한 것이고, 북방한계선보다 훨씬 아래쪽에 있기 때문이다. 어민들이 북방한계선까지 넘어갔다는 증거는 없다. 우리 수역에서의 어로행위를 트집삼아 북한 경비정이 우리 수역까지 들어와, 그것도 우리 경비정에 대포를 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들은 결과적으로 ‘남한의 원인제공’과 ‘북한 도발의 우발적 성격’을 부각시킴으로써 북한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시각에 당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번 일은 사건의 본질에 입각한 철저한 사실 확인과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분단의 비극’이고 ‘남북이 공동책임’이라는 식의 시각으로는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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