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의 지난 15일자 일기 예보 그래픽(왼쪽)과 16일자 그래픽. 16일자 보도에서는 한반도 남북한 강역이 구분돼 있는 모습이다. /조선중앙TV·MBC
조선중앙TV의 지난 15일자 일기 예보 그래픽(왼쪽)과 16일자 그래픽. 16일자 보도에서는 한반도 남북한 강역이 구분돼 있는 모습이다. /조선중앙TV·MBC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헌법에 있는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고 밝힌 이후, 북한 관영매체가 일기예보를 하면서 한반도 남쪽을 구분한 그래픽을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TV는 지난 16일 날씨 소식을 전달하면서 한반도 북쪽만 밝은 초록색으로 표시한 그래픽을 배경으로 썼다. 전날까지는 일기예보 지도 그래픽에 한반도 지도 전체에 색깔을 입혀 처리했는데 남한 지역을 따로 분리해 어둡게 처리했다.

김정은은 전날(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명기하는 것이 옳다”며 “헌법에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발언을 16일 자에 보도하면서 남북 회담 등 교류 업무를 담당해 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민족경제협력국·금강산국제관광국도 폐지한다는 소식도 전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10개 면 중 6개 면을 털어 이를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온 직후 일기예보에서 한반도 남측 강역이 그래픽에서 사라진 것이다.

북한 관영 매체의 다른 영상물에서도 지난 15일에는 한반도 전체가 빨갛게 색칠이 돼 있는데, 김정은 연설 이후인 17일 방송분에는 한반도 북쪽만 따로 표시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발언 이후 한국에 대한 북한 당국의 근본적 노선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