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소년 2명에 대한 공개재판을 진행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영국 BBC 방송은 18일(현지시각) 2022년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공개재판 영상을 공개했다. BBC가 탈북민들과 함께 일하는 한국의 샌드연구소(SAND·South And North Development) 에서 제공받은 이 영상에는 야외 운동장에서 16세 소년 2명이 수갑을 차고 학생 수백명 앞에 서 있는 모습,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소년들을 야단치는 장면 등이 담겼다. 재판에서 이 소년 2명은 12년 노동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영상 해설자는 “지금 썩어 빠진 괴뢰문화는 학생소년들에게까지 전파되어 자라나는 새세대들을 반동사상문화의 희생물들로 만들고 있다”며 중학생 리모군과 문모군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십종의 한국영화와 TV프로그램, 한국노래 등을 시청유포했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점으로 미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은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월로 추정된다.
특히 이 해설자는 노동형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 “겨우 16살밖에 안되는 미성년이다. 인생의 초엽에 있다”며 “그런데 외래문화에 유혹돼서 분별없이 돌아치다가 끝내는 자기 앞길을 망치고 말았다”고 표현했다.
전에는 이런 경우 미성년자들이 받는 처벌이 평균 5년형이 안 됐지만 2020년에 남한 오락물을 보거나 배포하면 사형에 처하는 법이 생겼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북한에 드라마 등 한국의 오락물이 유입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한국의 ‘햇볕정책’ 이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햇볕정책이 2010년 북한 행동에 어떠한 긍정적 변화도 초래하지 않았다면서 정책을 종료했지만, 한국 오락물은 중국을 통해 계속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외교관 출신의 한 탈북민은 “(햇볕정책) 당시 북한은 한국문화가 퍼지는 것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 이렇게까지 유행할 거라 예상도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걸리면 뇌물을 주고 빠져나올 수 있지만 남한 드라마를 보면 총에 맞는다”며 “남한 드라마는 힘든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약”이라고 말했다.
다른 20대 탈북민은 “북한에선 남한이 우리보다 훨씬 못산다고 배우지만 남한 드라마를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다. 북한 당국이 그 점을 경계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