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라는 체제는 도발 수위를 높일 때 강하게 맞받으면 뒷걸음치고 위축되는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17일 최근 북한이 정치적·군사적 도발을 강화하는 데 대해 “북한 김정은이 전쟁을 준비한다면서 자기네 무기를 남의 나라에 파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김정은의 허세나 공갈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태 의원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대량으로 팔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이 이런 사정을 알고 갑자기 쳐들어오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있다”며 “약점을 감추기 위해 역으로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굳건한 이상 북한이 쉽사리 도발하지 못한다”며 “총알이나 포탄이 오갈 수 있지만 천안함 폭침과 같은 특대형 도발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후티 반군 등에 미사일뿐 아니라 포탄까지 무기 수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엘리트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탈북 4년 만인 2020년 4·15총선에서 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당선됐고,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다음은 태영호 의원과 일문일답.

-북한이 연말부터 정치적·군사적 도발을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삼각 안보 체계가 강화됐고, 한미 핵협의그룹(NCG)도 신설되면서 북핵 대응 능력이 촘촘해졌다. 그전까지 김정은은 한미동맹이 그동안 제대로 대비 못 했던 핵전쟁 부분을 약점으로 파고들려 했다. 하지만 한미동맹이 북핵 대응 능력까지 촘촘하게 갖추게 되자, 김정은이 더 불안해진 것이다.”

-올해 4월 한국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일정을 고려한 도발이라는 해석도 있다.

“동의한다.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꺾고 당선돼 미국과 또다시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라고 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 대화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이렇게 고도화된 핵무기를 갖게 됐다’는 인식을 미국 국민들에게 심어 주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 새롭고 다종화된 무기를 자꾸 보여주려 하고, 도발 수위도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총선엔 어떤 영향을 주려 하나.

“국민의힘은 ‘힘에 의한 평화’, 민주당은 ‘이기는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양당의 주장 가운데 한국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들여다보면서 잔꾀를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총선이 임박할수록 도발 수위를 한층 더 올릴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북한의 도발이 총선에 영향을 얼마나 줄 수 있나.

“과거에는 이른바 ‘북풍’이 먹혔지만, 이제는 별 호응이 없을 거다. 최근엔 국민들이 불안해하거나, 주한 미군 가족이 철수 훈련을 하거나 이런 현상이 없다. 선거 영향도 크게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이런 방식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부 결속 의도도 있나.

“지금 북한의 MZ세대는 몰래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한국을 동경하면서 통일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김정은이 헌법에 민족 개념과 평화 통일을 빼면서 그런 북한의 MZ세대에게 ‘통일은 없다’고 단념시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아주 잘하신 발언이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도발 수위를 높일 때 강하게 맞받으면 뒷걸음치고 위축되는 시스템이다. 오히려 김정은을 지나치게 자극할까 봐 ‘톤 다운’하면 김정은이 ‘좀 수위 높은 도발을 했더니 한국 정부가 위축되네?’라며 오판하게 할 수 있다. 신원식 국방장관과 김명수 합참의장이 연초에 전방 부대들을 시찰하면서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낸 것도 아주 잘했다고 본다. 연초에 북한이 서해 5도에서 사흘 연속 포탄을 쏘면서 도발했는데, 첫날 우리 군이 2배 이상 대응 사격 하니 지금 조용하지 않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7일 “당장 전쟁이 내일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한반도 평화가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통일하면 안 된다고 할 때, 우리 정치권이 ‘우리는 한 민족이고 앞으로 꼭 통일할 숙명을 안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김정은이 도발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비난의 화살을 우리 정부로 돌리면 김정은을 더 기고만장하게 하고, 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북한이 수위를 높이다 보면 실제 도발로도 이어지는 것 아닌가.

“도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다. 총이나 포탄이 오갈 수 있지만 천안함 폭침과 같이 특대형 도발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왜 그렇게 판단하나.

“지금 북한은 자기네가 가진 포탄과 미사일 상당수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팔고 있다. 생산하는 족족 다 가져가고 있다고 하는데, 당장 돈이 급하니 군부대에 배치한 것까지 팔고 있을 거라 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국과 미국이 이런 사정을 알고 갑자기 쳐들어오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는 거다. 김정은이 올해 당장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생각한다면, 러시아에 자기네 무기를 컨테이너에 실어 대량으로 보내는 게 앞뒤가 맞느냐. 그러니까 허세를 떨며 마치 자기가 큰일을 벌일 것처럼 굴면서 한국과 미국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크렘린궁
크렘린궁 "푸틴, 최선희와 민감한 분야 논의" -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대통령실)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튿날 브리핑에서 북·러 관계에 대해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두 사람 회담에서 푸틴의 방북 일정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이터 뉴스1

-북한이 무기 거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 이전을 받는다는 의심도 있다.

“잦은 도발이 러시아의 군사 기술 이전과도 관련 있다고 본다. 북한이 최근에 발사한 군사 정찰 위성,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 등은 대단히 고도화된 기술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무기를 넘기는 지금 시점에 최대한 군사적 실험을 많이 하면서 과거 극복하지 못했던 기술을 도입해야 하지 않겠나.”

-북한 내부 상황은 어떤가.

“김정은의 레토릭과 달리 북한 주민들의 분위기는 ‘전쟁은 무슨…’이다. 농사 준비하고 공산당 간부들이 공장 생산 독려하고 있다. 진짜 정세가 불안할 때는 평양에서 저녁마다 ‘야간 공습 공보 훈련’을 하는데, 지금은 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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